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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Apr 18. 2022

시에 심취하여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시에 심취하여

집 앞 놀이터에도 아이처럼 글을 새겼다

늦은 점심으로 먹은

라면의 국물 속에서도

하나의 시어를 기어코 건져 올리는

탁월한 낚시꾼이 된 것이다

시는 깊고 깊은 바다 표면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

원하는 것을 기다리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아 애태운다

잠들기 전 뒤척이다가

문득 우리는 동네 뒷산으로 걸어 올라가

열대우림을 거쳐 자동문으로 나와 헤어졌다는

문장이 떠올라 오랫동안 끌어안았다

이 문장이 왜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니, 그날 떠오른 달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잠정적 결론에 이르러서야

반나절이 지나 다시금 곱씹어본다

시는 쓰기보다 지우는 게 많다는데

나는 밥그릇의 밥풀 한 개도 덜어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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