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창가의 담배 연기보다
나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김치찌개 냄새.
나는 몇 층에서 올라오는지 모르는
그 냄새 아니 그 향기는
오래 머무르지 않고 내 위층의 사내를
잠 못 들게 합니다
사람 혼자 살기도 비좁은 이 방에서
문득 족히 4인 가족은 되어야만 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사내의 평일 한 낮을 떠올립니다
때아닌 도시의 허기를 가로질러 장을 보고
그 많은 재료를 손질한 끝에 그 사내는
갓 잉크를 찍어낸 가족관계증명서를 만들어 냅니다
사내의 식탁 위에는 차가운 수저 한벌이 외로이 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