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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Jun 09. 2022

베로니카 2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아직 당신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않습니다

이름을 부르기 전 몇 번이고 펜으로 눌러씁니다

당신의 이름 철자의 처음과 끝은 

어째 우리 사이의 거리 같아서

부르는 것보다 쓰는 게 빠릅니다

보고 싶습니다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가 약속했듯이 만나자마자 꽤 오래 껴안습니다

귓가엔 서로의 모국어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속삭입니다

우리는 무언으로 약속하고

비자가 필요 없는 제3 국에서

제3의 언어로 다시 태어납니다

입으로 하지 않은 말은 내 말이 아님을 믿습니다

글로 쓴 사랑은 낙서 같아서

쓰고 지워도 흔적은 영원하다고 했지만

내 입은 말로 그 문장 따위를 지우고는 당신의 입을 막아버립니다


우리의 경계를 허문 것은 국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가 느꼈을 도시의 소음과

당신이 느끼는 풀과 바람이 말하는 소리는

내게 맞닿을 수 없기에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든 연결시킵니다

어쩌면 그곳의 풀을 먹고 자란 동물을

나는 익혀 먹었는지도 모릅니다

상식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이 말은

횡설수설이라 무척이나 맘에 듭니다

이 말을 전하려다가 

불어의 완전한 단어가 머릿속을 맴돕니다

"VERONIQUE"

그녀가 이렇게 써줘서 유일하게

처음으로 당신을 이름으로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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