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사랑을 하고 싶다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by 조원강

진부한 사랑을 하고 싶다

초저녁 노을이 드리우면

굳은 어깨를 매만지며

머릿결을 결 따라 손등으로 쓸어 넘기며

다시 떠오르지 못할 오늘의 석양을 바라보며

오늘 세상에서 당신을 제일 사랑했노라고 말하겠다


진부한 사랑을 하고 싶다

새벽녘 길가에 핀 봄꽃을 꺾어

얄상한 투명 꽃 병에 끼워

은은한 꽃향기에

눈은 감은 채로

코는 열린 채로

방안 가득 향기에 아득해져

하루를 시작하며

오늘 세상에서 당신을 제일 사랑하겠노라고 말하겠다


진부한 사랑을 하고 싶다

첫 만남의 기억을 더듬거리며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처음 입었던 옷을 입고

그때의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단 한 장의 사진에

시간은 멈춰버린 채로

한 생에 이토록 누군가를 사랑해서

다시는 사랑할 수 없노라고 말하겠다.


진부한 사랑을 하고 싶다

아니, 진부한 사랑을 너에게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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