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녹이는 꿈을 꿨다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by 조원강

198X 년 어느 쓸쓸한 가을

첫 딸의 울음소리가 잦아들 즈음

나이 서른 즈음의 사내는

서쪽의 바닷가로 향하는

비둘기호에 몸을 실었다.

두 시간 남짓,

어느 낯선 동네에 내려

오일장의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이윽고,

그의 뒤를 뒤쫓는 이가 있었다

그의 헝클어진 옷깃을 여며주고

비어버린 소주잔에 말없이 잔을 채웠다.

잔이 반쯤 찬 채로 잠에 들고 나서야

계절은 겨울이 되고

꽁꽁 언 두 손으로

언제 내릴지 모를 간판에 못을 박고

아직 오지 않은 희망도 덧대었다

아내의 뱃속에는

벽돌 서너 개의 무게가 자리 잡고

손끝이 애리던 추위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을 견뎌냈다

198X 년 그때, 얼었다가 녹지 않은

당신의 손을 어루만지지 못해

나는 당신을 녹이는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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