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나는 참 사소하게도 당신을 기억한다.
당신을 처음 만나 칫솔을 챙겼던 날,
당신의 냉장고에서 요거트를 처음 먹은 날,
당신이 내 깊은 속내를 듣고
나를 지켜주겠다며 나를 꼭 껴안던 날,
비가 올지 모르고 우산 없이 나갔다가
비에 흠뻑 젖은 채로 피자를 들고뛰었던 날,
모든 시간과 공간 속에 우리는 함께 했고
여느 날처럼 다정스럽게 아침에 전활 하고
오후 3시 무렵 헤어지자고 말했던 날,
다시 만나 울면서 애원하던 내게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해 줬던 사람은
없었다며 연신 울던 너를,
문 열고 나갈 때, 또다시 울며 나를 안는 너를,
그것이 작별 인사임을 알았기에
나는 이제 사소한 기억을 남긴 채 떠나려 한다.
장마의 초입에서
짧게 자른 머리를 하고
웃으며 너를 보내려 한다
너무 행복했다
모든 순간이 기쁨으로 충만했다
당신의 품 안에서 잠들 때,
영원이 될 거라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슬프도록 사랑스러운지,
남은 생이 조금 더디게 흘러
코가 시큰거릴 추위가 올 때면
내가 잠시 곁에 있다 갔다는 걸
떠나갈 때도 다가갔을 때처럼
그렇게 홀연히 떠나가겠습니다.
이 시를 쓰고도 당신을 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