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기다리는 기념비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by 조원강

차 지나가는 소리

나는 하염없이 누구를 기다리는 기념비

작은 풀숲 안에서

어제 그친 비를 흠뻑 머금은 채로

오늘도 종일 어떤 감정에 젖어 있기를

나는 얼마나 소망하였던가

육중한 돌덩어리

살아서는 애먼 곳에 상처를 내고

삶의 맨들맨들함이란

자신의 영혼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낮은 무덤 앞에 우뚝 솟은

어느 투박한 무명(無名)의 묘비 앞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조부(組父)를 생각했다.

그의 묘비 뒤에 패인 내 이름 석 자.

내 보드라운 손이 맨들맨들해진

망자의 묘비를 어루만질 때

나는 죽다가 살아난 때를 떠올렸다.

안간힘을 써도 100년 남짓,

죽어서 천년 가는 기념비

어느 개체는 잠시 나를 어루만지고

저 멀리서 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하염없이 누구를 기다리는 기념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