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채널

꺼져있는 텔레비젼

by 조운

오래전에 장모님께 TV를 드렸다.

세상의 소식이 그 작은 화면 속에서
외로움을 덜어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그 TV는 꺼져 있다.


“마음 아픈 뉴스들이 너무 많아서…”
그 한마디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다.


누군가는 옳다고 외치고,
누군가는 틀렸다고 소리친다.
화면 속 사람들은 웃으며 싸우고,

그 소음이 파도처럼 거실을 덮친다.


장모님은 이제 그 파도를 등지고
조용히 동네를 걸으신다.
햇살이 부서지는 벤치 위에서
누군가의 안부를 듣는 일이
그분에겐 더 따뜻한 뉴스가 되었다.


살아온 세대가 다르고,
믿는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린 서로를 조금씩 잃어간다.

내가 뿌듯해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그 사람의 자존은
나에게 낯선 이념이 된다.


그분은 말씀하셨다.
“열심히 살아온 날들이
배신당한 기분이야.”
나는 그 말 앞에서
그저 고개를 숙였다.


이념과 파벌이 뭐길래,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가르나.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말보다
서로를 안아주는 침묵이
더 귀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오늘도 장모님 댁 TV는 꺼져 있다.
하지만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분의 하루를 조용히 채워준다.

세상이 바뀌어도
따뜻한 마음 하나는
여전히 생방송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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