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의 거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by 조운

우리 식구는 밥양이 적다.

세상의 대부분이 ‘많이’와 ‘더’를 향해 달려가지만
우리는 ‘조금’의 온기를 좋아한다.
그 ‘조금’ 속에 나눔이 있고,
남김없이 다 먹을 수 있는 만족이 있다.


그런데 어제, 그리고 오늘 어쩌면 최근
익숙한 길 위에서 낯선 순간을 마주했다.

자주 가던 국숫집,
늘 그렇듯 국수 하나, 만두 하나를 주문했다.
국수는 13,000원, 만두는 7,000원

2인석에 앉아 따뜻한 국물 냄새를 기다리는데
카운터 앞에서 선불계산하는 동반자가 한참이나 서 있었다.


“국수 두 개를 시켜야 해요.
만두는 추가 메뉴예요.”

주인도, 간판도, 맛도 그대로였는데
이유 모를 규칙 하나가 생겨 있었다.

아니면 그동안 봐줬나 보다.


아, 그래요. 이해는 합니다.
요즘 장사 쉽지 않다는 거,
잘 알죠.

그래도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린 밥이 많으면 다 못 먹는데.
남긴 만두는 포장해야지,
웃으며 그렇게 말하지만
두 사람이 국수 먹고 33,000원,
이젠 이 숫자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다음날,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
유명 음식거리 간판이 보여 잠시 들렀다.
순댓국 하나, 순대 반접시

우리 나름에는 일인 일메뉴
손님 절반도 차지 않은 평일 점심시간,
그곳에서도 같은 말이 들려왔다.


“원래는 순댓국을 인원수대로 주문하셔야 해요.
오늘까지만 드릴게요.”

우린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음엔 그렇게 할게요.”


정말로 괜찮았다.
그 말에 기분 상하지 않았다.
가게의 사정도, 사람 사는 어려움도
다 이해되니까.


그냥, 마음 한쪽이
‘인심물가’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뿐이다.
친절은 그대로인데
세상이 조금은 빠듯해진 느낌,
작은 식탁 위에도 물가의 그림자가 앉아 있었다.


우리는 은퇴했고,
이제 점심 한 끼는
운동길에 나와 사 먹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엔 식사가 ‘시간’이 아니라 ‘계산’처럼 느껴진다.
푸짐한 건 고맙지만,
조금 덜어내고 싶은 날도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는 락앤락 하나를 들고 다니기로.
남은 건 담아가자.
그것도 우리의 방식으로 절약이고, 예의니까.

식당도, 우리도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서로의 사정이
조금씩 닮아가고 있을 뿐이다.


살아낸 세월만큼,
이해의 폭도 함께 자라나길 바라며.

오늘도 그렇게,
따뜻한 국물 한 모금에
세상의 인심을 조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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