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사고현장에서의 생각
사고현장에서 생각해 본 여유의 진정한 조건...
반려견 해로와
새벽 여행을 마치고 상경하는 길이었다
검은 도로 위로 내 차에서 약 백 미터 전방
트럭 두 대가 뒤엉킨 전복 사고가 일어났다
나는 1시간정도 꼼짝없이 멈춰야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
그러나 고속도로 앱의 실시간 CCTV 화면은
조금은 다르게 나를 숨 쉬게 해줬다
새로고침을 눌러야만 이어지는 끊긴 영상임에도
그 안에는
사고의 상황
처리의 과정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수고하심에 진심 감사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
지금도 누군가 최선을 다해 복구하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내가 그저 기다릴 수 있다는 선택
이 세 가지가 내 마음을 어느정도 채워줬다
사건이 내 앞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안도
정보의 선명함에서 오는 이성의 안정
기다림을 허락할 수 있는 내 내면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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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뉴스를 자주 보지 않는다
볼 때마다
마치 내가 그 사고의 한복판에 있는 듯
혼란과 불편함만 커지는 시대니까
사건의 진실은 멀고
공감의 피로만 가까워진 오늘
명분도 모른 채
누군가를 위해 기다리며 살아가는 일은
이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득도 得道 를 해야 가능한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새벽 도로에서
잠시 멈춰 선 내 차 안처럼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잠깐 숨 고를 수 있는 순간을 마주한다고
오늘도 나는 다시 기어를 넣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