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그림자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by 조운


37년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이제 나는 여행의 길 위에서 세상을 본다
라디오 뉴스 속 사람들의 목소리는
하루도 쉬지 않고 어딘가 부서지는 소리로 들려온다


규칙을 지키면 조롱당하고
법을 지키면 위협받는 세상
신호를 지켜 천천히 가는 나를
뒤에서 경적과 욕설로 몰아세우는 차들


그들의 눈빛에는
왜 너만 옳다고 하느냐는
묵직한 적의가 실려 있다


나는 그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사람들이 왜 연대라는 것을 하는지
외로워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 어려워서
상식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무리를 지어 서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는 최소한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지 않으니까
나와 같은 구호를 외치면
잠시나마 불안이 사라지니까


그러나 나는 그 연대가 두렵다
함께 외치는 그 소리 뒤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지워지고
한 사람의 삶이 쓸쓸히 버려지기도 하니까


진실보다 편안함을
양심보다 소속을 택하는 그 순간
연대는 빛이 아니라 그림자가 된다


세상은 상식적이지 않다
상식인이라 믿는 사람일수록
때론 가장 비상식적인 판단을 하기도 한다

돈을 물 쓰듯 쓰고
죄를 습관처럼 용서하며
부끄러움을 이익으로 계산하는 사회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침묵을 배운다
소리 내어 정의를 말하기보다
속으로 기도하듯 운전한다
오늘도 바람은 창문을 스치고
어디선가 또 누군가가 누군가를 미워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조용히 부탁하고 싶다


그렇게 잘해 보시라
다만
그 싸움 속에서
애꿎은 한 사람이 버려지는 일만은
부디 없기를
당신들의 깃발이 펄럭일 때
그 아래 깔리는 이름 하나 없이
진심만이 서 있기를


세상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이 고요한 길 위의 바람처럼
아무 연대도 아닌
그저 인간다운 마음 하나로
서로를 지킬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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