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사람을 놓아주는 법

by 조운




가는 사람을 잡지 않고
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는 말은
같은 문장 같지만
서로 다른 시간에만 이해되는 말이다


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내게 힘이 있을 때
배경이 있을 때
그마저 없다면
아직 젊음이라는 통화가 남아 있을 때
그때 우리는
여유를 덕처럼 착각한다


하지만
가는 사람을 잡지 않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노하우가 아니라
감정의 자세에 관한 문제다


관계는 늘 다르다
가족이고
친구이고
연인이고
동료다
그래서 선택은 언제나 다르게 주어지지만
가장 합리적인 방식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대가를 치르는 것


돈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고
마음일 수도 있다
현자들은 말한다
돈으로 끝나는 관계가
가장 빨리 잊힌다고


하지만
시간과 마음은 다르다
그것은 반드시
내 몸으로
내 하루로
내 감정으로
치러야 한다


어떤 이는
의식처럼 이별을 만든다
어떤 이는
눈물과 회한을
몸 전체로 통과시킨다
어떤 이는
상담이라는 방에 앉아
천천히 값을 나눈다


중요한 건
얼마를 내느냐가 아니라
그 값을
어떤 형식으로 치르느냐다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의 크기를
한 번쯤 가늠해 보고
그 대가 뒤에
무엇이 남을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때 당신은
누군가를 놓아주는 연습이 아니라
자기 삶을
이해하는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간 것이다


가는 사람을 잡지 않는다는 건
포기가 아니라
통과다
아름다운 체념이 아니라
조용한 성숙이다


그리고
그 성숙은
언제나
값을 치른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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