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습니다
카메라가 나를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날따라 바람이 거셌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마음이 휘청거렸다.
멀리서 보면 아무렇지 않은 장면인데
그 안에 있는 나는, 버텨내는 중이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길을 걷는 순간,
배경은 흐릿해지고
내 얼굴엔 그림자가 젖는다.
그 모든 장면이—어딘가에서 본 듯한—영화 같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차를 마시고
어떤 일에 대한 마감 시간을 지키고,
누군가의 기대에 웃으며 대답하는 나.
내 안의 어떤 감정은
계속 “컷”을 외치고 싶어 했다.
잠깐만, 이건 너무하잖아.
이건 내가 쓴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하지만 카메라는 멈추지 않고
나는 어색한 대사도 씹어 삼키며
다음 장면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고된 하루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창밖의 노을이 황홀하게 번지기도 하고
아무 말 없이 걷는 그 사람의 손등이
왠지 눈물나게 따뜻할 때가 있다.
삶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배경은 늘 아름다웠다.
그래서 우리는 착각한다.
이 장면은 끝나지 않을 거라고.
아직은 괜찮다고.
누구도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고,
감독도 없고, 편집도 없다.
울고 웃고 미워하고 안아주고
절박하고 애매하고 고요한 매일이
그대로 스크린에 비친다.
그리고 그 안의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조명이 없어도, 효과음이 없어도.
아무도 박수를 쳐주지 않는 씬이지만
나는 오늘도 연기한다.
흔들리고, 기다리고, 감당하면서도
이 장면 하나만큼은,
내가 진심을 다해 찍어놓고 싶어서.
삶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말,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사진은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만을 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