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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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5)
한국을 떠난지 10일 그리고 비행 10시간.
드디어 우리는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다.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가 된다. 이곳은 여름으로 가는 늦은 봄에 있다. 시드니 공항의 입국절차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로 추위가 느껴졌다. 게다가 부슬부슬 비도 내리고 있어 바로 자전거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전거 2대, 무거운 짐.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 누적.
그리고 낯선 환경과 추위.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공항을 도착 3시간 후에야 마음이 움직일 수 있었다.
다행히 자전거의 상태는 무사했고 완전히 분해되어 있던 "오달(저니의 자전거)"이와 "내심(스테이시의 자전거)"이를 조립하였다. 그리고 패니어백에 적당히 짐을 배분하고 자전거에 싣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 예행연습으로 모든 짐을 싣고 달려봤어야 했지만, 가족을 설득하고 직장을 마무리하는 일은 역시나 원하는 기한 내 정리되지 않았고 결국 워밍업이 포기되었다. 짐의 무게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육중하였고 앞바퀴에 추가된 짐들 때문에 핸들 조작은 더욱 어려워졌다. 과연 우리 이것들과 세상을 둘러볼 수 있을까? 설렘보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호주의 첫 일정은 세계일주의 주요 목표인 우프(WWOOF) 체험을 위한 것으로, 첫 우핑이 이뤄질 미타공(Mittang)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곳은 시드니(Sydney)에서 약 110km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춥고 많이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시드니 근방에 한 곳에 머물렀다 가기로 했다. 이미 '한 달 한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백종민, 김은덕 부부가 늘 이용했던 에어비엔비(AirBnb)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6만 원이 넘지 않는 숙박비와 5km 정도의 거리. 괜찮다. 오늘은 여기서 재정비하고 내일 먼 거리를 이동하자.
비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달려야 할 시간이다. 무거운 발로 페달을 밀어내자 묵직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간다. 앞바퀴에 달린 짐들로 핸들을 조작하는 손에 그 무게가 전해진다. 복잡한 공항도로를 금방 빠져나와 공원으로 연결된 자전거도로로 진입할 무렵, 그동안 무겁게 누르고 있던 두려움은 사라져갔다. 근육의 활동으로 체온은 올라가고 볼을 스치고 가는 신선한 바람은 마음을 가볍게 한다. 나무들 사이로 날아 다니는 비둘...기가 아니고 뭐지? 저 새는? 앵무새? 머리에 닭 볏 모양의 노란 깃털과 새하얀 몸. 호주 앵무새 코카투(Cockatoo)이다. 드디어 우리는 낯선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30분을 달려 오늘의 숙소인 '악샤이(Akshay)'의 집에 도착했다. 그가 아직 퇴근 전 시간이라 우리는 1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해당 서비스를 처음 이용해보았기 때문에 조금 불안한 마음이 가지고 있었다. 예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거나 호스트가 이상한 사람이지는 아닐까 생각들이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선택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고 우리에게 방을 안내해주었다. 그는 인도에서 온 이주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으며 올해 4월에 결혼했다고 한다. 무표정하긴 하지만 친절하게 필요한 것들을 설명해준다. 침대 매트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방. 조금 추웠던 날이었기에 히터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없다고 했다. 대신 이불을 하나 더 주겠다고 한다. 우리는 침낭이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너무 피곤했기에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쉴 수 있는 것으로 만족했다. 감기 기운이 있는지 몸이 무겁고 머리가 지끈하다.
과연 우리들 앞으로 잘해 나갈 수 있을까?
낯선 거리의 풍경과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먹거리. 그리고 왜 이렇게 짐들은 많은 걸까?
수 많은 걱정을 뒤로 한채 우린 잠들었다.
(2014.10.16)
화창한 10월의 봄날이 밝았다. 오전 10시.
꽤 피곤했던 모양이다. 스테이시는 어제 사둔 단호박으로 뚝딱 호박죽을 만들었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오늘은 갈 길이 멀기에 서둘러야 한다. 어제 급하게 패니어 가방에 나누어 담았던 짐을 재배분하였다. 특히 앞에 매달아야 하는 프런트 백에는 가벼운 짐을 배치하는 것이 유리했다. 앞이 무거우면 자전거 핸들을 조작하는 일이 힘들어지고 자칫 원치 않은 조작으로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에선 주택에 개라지(Garage, 차고)가 대부분 있다. 간밤에 "오달"이와 "내심"이는 안전하게 이곳에서 쉴 수 있었다. 우리 여행의 슬로건인 "오늘을 달리고, 내일을 심는다."에서 말을 줄여 우리 자전거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무엇이든 이름을 붙여주면 그 순간부터 특별해진다. 살아있지 않은 물건에 이름을 붙여주고 때론 대화하는 일. 고장 나고 망가지면 쉽게 버려지는 것은 혹시나 그것들에게 특별한 이름이 없기 때문일까. 앞으로 함께 세상을 다닐 "오달"이와 "내심"이에 인사를 건넨다.
"앞으로 잘 부탁해. 오달아. 내심아”
각각 6, 7개의 가방을 매달은 자전거가 여전히 묵직하게 나아간다. 하지만 기분은 구름 하나 없는 투명한 하늘 같이 신난다. 간밤의 걱정은 구름들과 사라진 것처럼. 첫 목표지인 미타공(Mittagong)을 가기 위해서 약 110km 정도를 달려야 한다. 통상 자전거 하루 목표 거리는 자동차의 한 시간 거리. 즉 60~100km 정도로 잡고 이동한다. 다시 말해 목표지까지는 2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좀처럼 자전거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무거운 짐 탓인지 짐이 없을 때랑 비교하면 평균속도 5km 정도가 느려졌다. 주변에 높은 산은 없었지만 계속되는 언덕 탓에 꽤 진땀을 뺐다. 한참을 길을 찾다가 모터웨이(Motorway, 고속도로)로 진입하게 되었다. 아차 싶어 자전거를 돌려 나갈려는데 바닥에 자전거 마크가 있지 않은가.
'호주에선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나?'
우측에는 100km 넘는 속도로 차들이 달리고 있지만 차량 한대가 더 달릴 수 있을 정도의 넓은 도로가 우리에게 허락되어 있다. 꽤 많은 시간을 지체했기 때문에 쭉 뻗은 도로는 너무 매혹적이었다. 단지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와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의 소음과 매연은 각오해야 했다. 헬맷과 선글라스, 그리고 마스크로 단단히 준비하고 달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모든 호주의 주(a state)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땅거미가 질 무렵 캠밸타운(Campbelltown) 도착.
이동거리 54.80km
다음날. 잊혔던 근육들의 아우성이 시작되었다. 여행 준비로 몸풀기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또 느껴지는 순간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자전거 여행자 선배인 효진 씨(universewithme.com)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여행 준비는 끝이 없으니 남은 시간 가족, 지인과 소중한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라고.
여전히 미흡한 것도 많고 서툰 것도 많지만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가장 단순하지만 늘 마주하게 되는 자전거 여행자의 삶. 근데 그래서 자꾸 오르막인가. 아주 가파르진 않지만 완만하게 오르막이 계속되고 있다. 고도계는 어느덧 해발 600m. 자전거 평균속도 5km. 오후 4시. 점점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 오르막 다음엔 평지 그리고 오르막. 한참을 그렇게 오르다가 잠시 내리막이 되는 순간 미타공 중심가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바닥이 났다. 지도로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배터리도 방전되고, 급격한 체온저하로 체력도 바닥났다. 1km 남짓 더 달려 첫 우프(WWOOF) 호스트(host) '필립(Phillip)'을 만날 수 있었다.
이동거리 63.17km
누적거리 117.97km
우프체험의 자세한 이야기는 농장일기
"첫 우프체험, 필립을 만나다 - 미타공, 호주" 편을 구독해주세요.
이틀간의 우핑(WWOOFing)을 마치고 시드니로 향하기로 했다.
함께 했던 또 다른 우퍼(WWOOFer) 독일인 여성 마이쿠(Meike)의 추천으로 카이아마(Kiama)를 들렸다가 가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거리는 약 70km. 필립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또다시 길 위에 섰다. 날씨가 흐리다. 바닥이 아직 젖은 것으로 보아 간밤에 비도 좀 온 모양이다. 가방은 모두 방수처리가 되어 있어 우천 대비가 가능했지만 정작 자전거를 타는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어느샌가 촉촉한 안개비 속에 들어와 있다. 안개비가 때론 가랑비로 바뀌면 큰 나무 밑에서 잠시 쉬었다 가길 반복했다. 시나브로 우리의 옷은 젖어버렸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다. 오후 3시.
좀 이르지만 숙소에 체크인하고 쉬었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지길 바라면서...
이동거리 32.44km
누적거리 150.41km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진수성찬에는 묵은지로 만든 김치찌개, 달달하게 잘 조려낸 뼈가 붙은 갈비, 그리고 방금 막 담근 갓김치, 특유의 향이 가득한 깻잎장아찌... 아마 이건 꿈일 거야. 그래 꿈이었다. 꿈이라도 정말 행복했다. 냠냠. 사실 어제저녁에 건조 김치와 참치로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건조 김치는 쉐프 출신의 지인(GDK, Alicia 커플의 선물)으로부터 받은 것인데 생각보다 훌륭했다. 먹는 내내 감동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던 그 참치김치찌개. 그 여운이 꿈까지 이어진 모양이다.
숙소 로비에 관광책자. 이 지역은 하이랜드(Highland), 즉 고원지대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계속 오르막을 올라왔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신나는 내리막이 펼쳐졌다. 약 30km 정도 내리막으로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어떤 구간은 급경사가 한참 이어졌는데 브레이크를 잡은 손이 얼얼할 정도였다. 그동안의 시간을 압축하듯 카이아마(Kiama)에 도착했다. 이 곳은 울렁공(Wollongong) 관광을 오면 잠시 들리는 코스로 알려진 모양이다. 독일인 친구 마이쿠(Meike)가 알려준 곳은 봄보(Bombo) 해변으로 북쪽으로 조금 더 가야만 했다. 카이아마에서 저녁을 위한 재료를 사고 이동하였다. 급경사의 언덕을 넘어서자 우리의 눈 앞에 봄보 해변이 펼쳐졌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해변에는 몇몇 서퍼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다. 해변이 보이는 절벽 뒤 안전한 곳에 텐트를 쳤다. 텐트 밖으로 보이는 까만 밤의 별들은 유독 빛이 났다.
이제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플라이바스켓 워밍업 끝.
이동거리 44.09km
누적거리 194.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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