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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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준비운동을 마쳤다. 휴식과 채비를 위해 브리즈번(Brisbane)에 사는 친구 집으로 향하였다. 봄보(Bombo)에서는 약 1000km가 조금 넘는 거리. 가장 편하고 빠른 것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자전거와 짐 때문에 과적요금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기차로 시드니(Sydney)까지 가고 버스로 브리즈번(Brisbane)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봄보(Bombo) 역에서 매시간 50분에 서는 열차에 올라탔다. 열차의 입구 공간은 넓어 짐을 실은 채 자전거 탑승이 가능했다. 또한 2층으로 나누어진 객실과 분리되어 있어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아 다행이었다. 주중(월-금) 출근 및 등교 시간대인 오전 6시-오전 9시, 퇴근 및 하교 시간대인 오후 3시-오후 7시 시간대를 피하는 편이 좋다. 열차는 2시간을 달려 시드니(Sydney)에 도착하였다.
현재 오후 3시.
시드니 공항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예정된 시간 오후 5시는 이미 15분이나 지났다. 불안한 마음에 다른 버스회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분명히 올 것이라고 한다. 혼잡시간 때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탈 빨간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뒤 버스에서 60대의 아저씨 운전사가 내린다. 버스가 한국의 버스보다 큰 편인데 특히 짐칸이 자전거를 세워서 넣어도 될 정도 높이도 넉넉하였다. 다만 자전거가 큰 화물이라 추가 비용이 발생했지만 비행기의 과적비용에 비하면 저렴했다. 자전거 2대. 추가 비용 98불.
시드니-브리즈번까지의 거리는 약 1000km가 넘는 거리. 예상 소요시간은 17시간이라고 한다. 일본의 야간 버스처럼 버스 내에 화장실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편의시설이 없고 특히 의자는 한국의 일반버스 의자와 다를 바가 없어 가는 내내 불편하여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브리즈번에 도착하는 동안 총 3번의 운전사가 바뀌었다. 이 어둠 속 질주는 언제쯤 끝날까? 선잠에 들다 깨다를 반복한다. 가끔 서는 정류장에서 새로운 승객이 탈 때, 새로운 기사가 바뀔 때, 승객의 전화통화 소리 때문에도 깬다. 그래도 캥거루 가족이 도로를 점령해 버스가 멈췄을 때나 새벽에 안개가 드리워진 호주평원의 일출을 보고 있을 때는 그 이국적인 풍경에 감격하기도 했다. 창가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아침 10시. 드디어 브리즈번 코치 터미널(Brisbane Coach Terminal)에 도착했다.
켄트(Kent)와 레이나(Raina)가 터미널로 마중 나왔다. 올해 결혼한 신혼부부이다. 대만 남자인 켄트와 한국 여자인 레이나는 호주유학시절 만나서 지금까지 호주에 살고 있다. 그들의 스위트홈에서 우릴 반겨준 것은 다름이 아닌 한국음식이었다. ‘된장찌개’ 냄새가 이미 우리의 코를 점령했다. 밥을 먹는 동안 맛있다는 말을 얼마나 했는지.
“레이나! 정말 맛있어. 야미(Yummy), 야미(Yummy)”
레이나는 우리가 머무는 동안 대패삼겹살, 김치찌개, 콩나물밥, 비빔국수, 꽁치찌개, 고등어 조림 등 다양한 한국음식을 제공하였다. 잠시 한국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호주에 사는 동안 요리사가 다 되었구나. 가까운 곳에 아시안 마트가 있다고 한다. 물론 호주에서 가깝다고 하는 것은 차로 10-15분 정도의 거리를 의미한다. 나중에 그곳을 가 볼 기회가 있었데 아시아의 모든 식료품이 다 모여있고 그 규모도 컸다. 타지에서 고국의 음식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지 우리의 짧은 여행에서도 알 수 있다. 하물며 유학이나 이민 온 그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이곳에서 한 동안 휴식하면서 재정비하기로 했다. 4년 가까이 잘 써오던 노트북이 얼마 전 이상이 생겼다. 아무래도 예전에 말썽을 일으키던 하드디스크 쪽 문제가 재발한 듯하다. 여행으로 한 동안 삶을 지속해야 하는 우리에게 노트북은 소통도구이자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컴퓨터 하드웨어 전문가인 켄트가 한참을 살펴보더니 메인보드나 전원 쪽 문제인 것 같다고 한다. 간단히 고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여행 중에 계속 말썽을 부릴 가능성이 있기에 새로운 노트북이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긴급수리만 마친 뒤 여행기 작업을 진행하였다.
호주에서는 중심가 지역을 ‘다운타운(Downtown)’이 아닌 ‘시티(City)’라고 부른다. 오늘은 브리즈번 시티 관광하는 날. 원 트리 힐(One TreeHill) 전망대에 올라 브리즈번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중심가 몇 개 건물을 제외하고는 고층빌딩이 없다. 굽이 굽이 흐르는 브리즈번 강을 끼고 주택가와 나무들이 수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다. 브리즈번은 강변에 공원시설이 잘 되어 있다. 특히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을 추천한다. 형형색색 불빛으로 치장한 브리즈번 시티의 야경을 바라보며 수영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혹시나 브리즈번을 찾는다면 수영복을 꼭 챙기시길...
낮에는 브리즈번 시청, 나이트마켓, 중심가 구경, 미술관, 탬버린 마운틴 주변 관광을 하였다. 브리즈번은 소소한 삶의 향기가 나는 곳인 것 같다. 흥행의 보증하는 유명한 배우가 주연으로 하는 영화가 아닌 무명의 연기파 배우가 이야기의 끌어가는 영화 같은 곳 같다. 그래서 차분히 도시 곳곳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풍경 속에 노스탤지어 노란 꽃잎이 눈 앞에서 흩날린다. 은은한 조명이 내 발길 닿는 곳을 밝혀준다.
긴 말 보단 가슴 깊고 짧은 한마디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고마워. 켄트 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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