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요즘 사교육 시장에서는 더욱 부모들의 불안을 조장하고, 고객확보를 위해 점점 더 어린 연령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한 결과 '7세 고시'라는 용어까지 나왔다고 한다. 아이를 처음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불안함은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감정이지만 주변에 휘둘리면 불안이 필연 불행으로 가버리고 말 것이다.
명백한 학벌주의와 줄 세우기식 교육 시스템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공교육 중학과정까지 평가 점수를 제공하지 않다 보니 내 아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기 위해 사교육 시장의 '레벨테스트'에 기대게 되는데, 문제는 이 테스트 문제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나름 또래보다 잘한다고 생각했던 아이에게도 절대 잘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 시장의 국룰이라고 주변 경험자가 말해주었다. 왜냐하면 문제의식을 심어줘야 내가 이것을 해결해 주겠다는 식의 마케팅이 통하는 법이니까.
일명 '공포 마케팅' 기법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문제가 있는데도 문제의식이 없는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제의식을 심어주는 건 절대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7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7세 아이에게 상당히 무리한 수준(심지어 서울대 학생들도 어렵다고 말할 정도의 수준)의 문제를 제시하면서 그것으로 아이를 평가하는 방식, 그리고 그 결과로 학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마케팅 방식은 경악할 정도로 사악하다.
사교육도 교육이라면 교육 목표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경험을 돕거나 필요에 의한 사교육이 아닌 이런 식의 사교육이 바로 불안을 조장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를 만드는 게 아니겠는가. 사교육 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먹고살기 위한 길이라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자극받은 부모와 그 부모 밑에서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까지 과열시킬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해봐야만 한다. 그러니까 불난 데 부채질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불이 7세까지 내려온 것을 보면 쉬이 사그라들진 않을 것 같다. 결국 부모가 정신 차리는 수밖에 없다. 나의 현명한 지인은 언어 능력이 출중했던 자녀가 단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기 위해 레벨테스트를 경험해 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러한 사교육시장의 술수를 다 알고도 결국 등록하여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사교육 시장은 철저하게 돈값을 해야 하니 프로그램이나 수업의 양과 질은 그에 상응할 것이다. 그러나 '쓸데없어 보이는' 학교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이 저학년이었던 아이에게 더 필요해 보여서 시간표상 그만두었다고 한다.
서울이지만 비학군지 동네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7세 고시'가 강남 같은 일부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극단적인 현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꽤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7세 고시를 위한 새끼 학원들도 많이 생겨날 정도로 메이저 학원의 레벨 테스트는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자, 학부모들이 꼭 넘어서고 싶은 벽이 되었다. 마치 그 벽을 넘어서 기득권을 얻거나 유지하려는 것처럼. 그 과정에서 일부러 진입장벽을 높여 안달 나게 하는 것이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걸 그들은 알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알고도 빠진다는) 신천지 같은 이단 종교단체에 홀리는 과정과 흡사하지 않나 싶다. 이단에 빠져서 가정이 망가지는 사례도 수없이 많다는데, 부모가 기준을 잃어버리거나 혹은 잘못 세운 대가로 아이가 망가질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어느 부모가 아이를 망가뜨리고 싶을까. 더 잘 키워내고 싶어서 하는 선택들이 되려 독이 될 수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의 행복이라는 이상과 경쟁사회라는 현실 사이에서 과연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 걸까.
어렵지만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길러낸들 생애 주기마다 자기 인생의 과업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너무 일찍 힘을 빼지 말아야 한다.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고, 살아가기 위해선.
* 사진, 영상, 문구 출처: KBS 추적 6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