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가 나타났다

by 조이


여섯 번째 여자는 영훈을 향해 두 걸음쯤 떼는 것 같더니 다시 뒷걸음질 쳐 문밖으로 나갔다. 마치 정각을 알리는 뻐꾸기가 나왔다가 시계 속으로 다시 들어간 것처럼.


'이게 무슨 상황이지...?'


당황한 영훈이 올리려다 만 손을 내리며 자연스럽게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정확히 오후 세 시. 만나기로 한 시각이었다.


시간으로 보나 큰 키로 보나 방금 그 여자는 오늘 만나기로 한 여자가 맞는 것 같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찾는듯한 조심스러운 시선이 앞선 여자들과는 다른 점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왜 다시 나갔을까. 아니 뻐꾸기처럼 다시 들어갔다고 해야 할까.


영훈은 혼란스러운 나머지 다시 앉을 생각도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정신 차리고 앉아서 기다리기를 오분 째, 영훈은 핸드폰을 들었다. 이제는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할 차례였다.


"까똑, 까똑."


영훈이 핸드폰 잠금을 풀기도 전에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그 소리가 꼭 뻐꾹, 뻐꾹 하는 뻐꾸기 울음소리 같았다. 알림만 주고 다시 문이 닫혀버리는 시계 속 뻐꾸기처럼 그녀의 메시지도 영훈의 마음 문을 닫아버렸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근처까지 왔다가 돌아가고 있어요. 많이 늦을 것 같은데 혹시 괜찮으시면 여기서 두시 간 뒤에 뵐 수 있을까요? 제가 저녁 대접할게요.'


여자는 장문의 메시지와 함께 이자카야 블로그 후기 링크를 보내두었다.


'아... 뭐야.'


영훈은 한쪽 눈을 찡그리며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런 식의 거짓말은 곤란한데. 분명 나를 보고도 뒷걸음질 쳐서 나가 놓고서는 이런 식으로 수습하려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한눈에 마음에 안 들었다면 차라리 약속을 기약 없이 미루거나 시원하게 파투 내버리던지. 두 시간 뒤에 보자는 건 또 뭐야?


기분이 상한 영훈은 저녁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아예 무를까 했지만, 소개팅이라고 기껏 차려입고 나온 게 아까워졌다. 오늘의 나, 제법 맘에 들었는데. 게다가 무심코 클릭한 이자카야 후기글에서 본 메뉴도 마음에 들었다. 지도를 보니 근처에 위치한 식당이다. 걸어서 오 분도 안 걸리는 곳. 바로 옆이라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게다가 만나기로 한 여자가 방금 나타났다 사라진 뻐꾸기가 맞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두 시간이라...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영훈은 일단 알겠다는 답장을 건조하게 보낸 뒤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다. 그러다 일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어떤 시선이 느껴지는 감각에 이끌리듯이. 그건 본능에 가까운 순간의 확신이었다.



* 사진 출처: Unsplash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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