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보 백보

by 조이


"그런데 왜 일어나셨어요? 딱 맞춰서 일어나시던데.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앞에서 누가 일어나길래 시선이 간 것뿐이니까."


누구에게 오해받는 것, 나영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다. 시시콜콜 해명하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제멋대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지긋지긋했다. 말을 지어내는 사람들이나 그걸 주워듣고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나. 다 똑같은 부류의 저능아들이라고 나영은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나영은 앞에 있는 남자가 윤이나와 관련 있을 거라 의심하고 있다. 의심일 뿐 확신까지는 아니라서 확인해 보려는 것이다. 이 남자가 진실을 말할지 어디까지가 진실일지는 알 수 없었으나,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앞으로의 인생에는 들이지 않을 사람들이니까. 특히 윤이나는 그래야 했다.


"아, 보셨어요? 좀이 쑤셔서..."


영훈이 목을 좌우로 늘이고 팔을 젖히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본디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액션이 큰 편이라고 나영은 생각했지만 영훈의 차림새를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슈트가 꽤 잘 어울리는 남자네, 나영은 티 나지 않게 눈으로 스캔을 완료한 뒤 생각했다. 주말에 슈트를 입고 카페에 오는 경우는 보통 세 가지다. 소개팅이거나 영업직이거나 목회자이거나. 아니면 그냥 옷이 저것뿐일 수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면서도 나영은 남자가 어떻게 나오는지 자꾸만 궁금해졌다. 큰 키에 어깨도 딱 벌어져서 뒤태가 나쁘지 않았는데 앞태도 뭐 그리 나쁘진 않다. 능청스러운 것도 슈트와 세트인가 싶지만.


"목사님이세요?"

"네? 푸하핫. 제가 그래 보여요?"

"처음 본 사람에게 말씀도 잘하시고. 복음 전하러 오셨나 했죠."


능청에는 능글로 맞서기로 했다. 나영이 두 눈썹을 위로 올리며 심드렁하게 말했지만, 냉미녀가 던진 위트 있는 대답이 흥미롭다는 듯 영훈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왜 하필 목사예요? 전도사일 수도 있잖아요?"

"그냥 한 직급 올려서 물어본 거예요. 전도사냐고 물어봤다가 목사라면 기분 나쁠 테니까."

"와하하."


영훈이 놀랍다는 듯 와아, 하며 동시에 기쁘다는 듯 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 차가운 인상을 가진 여자의 뜻밖의 배려에 감탄했다. 성직자로 짐작하다니 내가 그래도 나쁜 사람처럼 보이진 않나 보군, 영훈은 내심 만족감을 느꼈다. 이러다간 백분 아니 오십 분 안에도 마음을 사는 건 충분하지 않을까, 따위의 무용한 생각을 하면서.



*사진 출처: Unsplash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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