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호기심과 낯선 두려움

by 조이


영훈은 인상이 좋은 편에 속했지만 영업직이라기엔 어딘지 서툴러 보이는 데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능청스러우면서도 멍청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들이대는 방식 같은 게. 저자세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단 무턱대고 훅 들어오는 걸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지 객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업으로 삼는다면 확실히 후자에 속했다.


영업직 특유의 정돈된, 그러나 어딘가 계산된 말투 같은 게 영훈에겐 없었다. 호응을 잘하고 경청하면서도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하느라 바쁜 눈동자, 원하는 대답이 아니면 흔들리는 눈동자가 영훈에게선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딱히 긴장하지 않은 것 같은 태도가 나영은 은근히 신경 쓰였다.


"우영훈입니다."


영훈이 빙긋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나영은 팔짱을 풀지 않은 채 물었다.


"이 악수는 어떤 의미죠?"

"만나서 반갑다는 의미죠. 정식으로 대화를 나누려는 의지고요."

"정식이라니 부담스럽네요. 스몰토크라고 하죠. 악수는 생략할게요."


영훈은 민망한 손을 내려놓는 대신 품에서 무언갈 꺼냈다.


"제가 옆 동네 대학교에 다녀요."


설마 대학생?이라고 묻는 듯한 나영의 놀란 눈빛에 영훈은 익살스러운 미소로 화답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대학생이 무슨 명함이 있겠어요. 교직원입니다."


나영이 놀란 건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옆 동네 대학교'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였다. 대학생이든 교직원이든 연결고리가 있다는 게 나영을 멈칫하게 했다. 모교라고 할 수도 없는 빌어먹을 한국대학교. 입학하면서부터 편입을 생각하곤 있었지만 그때 그 일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적극적으로 준비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 순간 휴학이나 자퇴를 선택하지 않았던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나영은 자부했다.


"그 대학교 교직원들은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지 않던데. 신입사원, 아니 신입직원인가 봐요."

"저희 학교 직원들을 아세요?"

"대학교 직원들이 다 그렇죠 뭐."


나영이 대강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요즘 소개팅에도 슈트는 흔치 않은데 그렇다고 맞선 볼 나이로는 안 보였다. 그럼 그냥 예의 바른 청년인 건가. 아니면 정말 신입직원이라 각 잡고 다니는 건가. 어딘지 생기가 느껴지는 게 캠퍼스의 이십 대와 함께라서였나. 나영은 가늠되지 않는 영훈의 나이를 바쁘게 헤아려보았다.


"사실 제가 그 대학 출신이거든요."


나영은 팔짱을 풀었다. 이 사람은 초면에 왜 이리 많은 정보를 쏟아내는가. 나영은 나비처럼 내 앞에 내려앉은 이 사람이 점점 더 궁금해지고 있었지만 여기서 멈춰야 했다. 상대방이 정보를 오픈한다는 건 내게도 그만한 깊이의 정보를 요구한다는 뜻이니까. 나영은 결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이쯤에서 그만둬야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는 걸. 왠지 모르게 피어오르던 호기심을 접고 자리를 피하기 위해 가방에 책을 넣으며 말했다.


"묻지도 않은 정보를 알게 되었네요. 만약 저게 그런 정보를 물으실 거라면 저는..."


그때였다. 모든 질문을 소용없게 만드는 영훈의 질문이 떨어진 것은.


"신방과 진나영 맞지?"



* 사진 출처: Unsplash

토요일 연재
이전 05화오십 보 백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