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을 펼친다는 건
올해는 독서를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라이브독서 챌린지를 통해 매일 독서를 하고 있다. 도장을 모으는 것과 더불어 마음에 와닿은 문장이나 깨달음 등 짧은 기록을 남기는 재미가 있지만 라이브 독서 전후로도 책을 자주 펼쳐보게 된다. 무엇을 보려고, 혹은 보지 않으려고.
배워야 할 금융지식과 미래 전망에 관한 책, 삶의 노하우와 지혜가 집약된 책들 속에서 소설책을 집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엔 가상의 세계가, 가상의 인물이 무슨 소용이냐 했다면 이제는 가상이라도 사람 사는 곳으로 나를 이끄려는 노력이 가상해졌다. 이렇게라도 사람 간의 사랑을, 우정을 깊이 경험해 봐야겠지. 책을 읽으며 아주 오래전에 경험했던 가치들을 더듬어본다.
만나면 만날수록 더 보고 싶은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있었던가. 그런 인연은 얼마나 오래 전의 염원인가. 입체적이고 복합적이면서도 뻔한 인간의 속내가 나는 더 이상 궁금하지가 않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자기의 생을 살아내는 모습을 들여다본다.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난 처지는 다 같으므로.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왔는지, 살아가는지,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지. 그런 사사로운 것들에 나는 자꾸만 관심이 간다.
한정된 시간과 물질, 비루한 체력과 육아를 핑계로 웬만한 대소사를 생략한 채 친구들도 잘 안 만나는 편이다. 그런데 책 속의 인물들은 만나면 만날수록 더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러저러한 전개 끝에 인물이 어떻게 행동하고 변화될진 모르지만 그래봤자 펼치는 책 속에 박제되어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안심이 되는 것이다. 오늘 내가 어떤 마음으로 펼쳐보든 간에 거기 그대로 있다가 조용히 삶을 들려주는 인물들. 자기들끼리 떠들고 웃는 자리에 내가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이런 관계, 나도 갖고 싶다. 하지만 유지할 수나 있을까. 그냥 지켜보지 뭐. 이렇게 소설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 책 속의 인물들을 통해 사랑을 배운다. 사람을 피해서 결국 사람 속으로 들어간다. 지면상 생략된 이야기처럼, 기억해야 할 것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 같은 자질구레한 일상은 잠시 잊어버리고, 되려 장황하게 풀어놓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대화 속에서 진정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떠올려본다. 읽다가 덮는 한이 있더라도 자꾸만 펼쳐보는 것이 대화의 시도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게 나와의 대화든 너와의 대화든.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