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넓은 캠퍼스에는 건물이 많았다. 그중 한 건물에서 신입생 오티를 한다고 했다. 나영은 일찍 집을 나섰다. 모든 게 처음이라 어색한데 길까지 헤매고 싶진 않았다.
실학관 201호.
캠퍼스 초입에 있는 안내판의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대강 어느 쪽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나영을 지나쳐가는 바람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신입생처럼 보이는 어떤 사람들 옆에는 길을 가르쳐주는 선배나 함께 호들갑을 떨 친구들이 있었다.
홀로 캠퍼스에 발을 디딘 나영은 티 나게 두리번거리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주의 깊게 둘러보았다. 넓은 캠퍼스가 조금 어색했지만 딱 그 정도의 기대감만 있었다. 그다지 마음에 맞지도 않던 아이들과 오래도 부대꼈던 고등학생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 새로운 시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단과대 오티 이후 학과 오티가 이어졌다. 나영이 속한 신방과는 동일한 강의실에서 진행한다고 했다. 다른 과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앞자리와 옆자리가 비고 다시 듬성듬성 채워졌다. 이제 정말 같은 과 사람들이구나, 한두 명씩 통성명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나영은 애써 주위를 둘러보진 않았다. 그때였다.
"안녕."
작은 목소리가 옆자리에 내려앉는 순간 달큼한 복숭아향이 훅 끼쳤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낯설지만은 않은 얼굴이 나영을 향해 있었다. 앞머리를 내려서 얼굴이 반쯤 가려졌으나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윤이나?"
"오랜만이네. 같은 대학 같은 과라니 신기하다."
윤이나는 고르게 배열된 치아를 훤히 드러내 보이며 활짝 웃어 보였다. 나영은 그 웃음이 너무도 생경하여 순간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나영이 기억하던 윤이나는 창백하리만치 하얗던 얼굴에 엷은 미소를 지닌 아이였다. 이렇게 활짝 웃는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그 표정만 보았다면 분명히 못 알아봤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여전히 하얀 얼굴에 색조화장을 얹으니 그야말로 빛이 났다. 눈꼬리를 살린 아이라인에 은은한 펄이 들어간 아이섀도, 살구색이 살짝 감도는 블러셔로 볼터치를 한 덕분에 생기가 돌았다. 흰 피부와 대조되지 않을 정도의 치아색과 수분감이 가득한 핑크색 립글로스는 그녀의 미소를 한껏 돋보이게 만들었다.
"어어, 반가워... 못 알아볼 뻔했다. 많이 변했네."
나영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가운 티는 크게 내지 않았으나 반갑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다만 몇 년 전 그녀에 대한 감정이 호기심이었다면 어딘지 많이 변한 것 같은 모습에 약간의 경계심이 들었다. 윤이나는 그 경계를 무너뜨리기라도 하려는 듯 정반대로 반응했다.
"넌 그대로다, 아주."
*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