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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 May 03. 2018

'옷이 날개다'에 관한 단상

나는 왜 말라야 하는가

고등학생까지만 해도 공부를 해야하니 좀 뚱뚱해도 괜찮아.

잘 먹어야 공부도 열심히 하지라는 나름의 자기합리화로 무장한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삼겹살을, 세번 이상은 분식을 먹고, 머리에 보다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 야식은 필수로 먹었었다.


대학생이 되면 자연스럽게 빠질줄 알았던 살은 나의 식탐을 버리고,

내가 생각하는 모든 맛있는 음식은 포기하고, 몸에 좋은 풀데기를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죽지 않을 정도로' 먹어줘야지만 미디어가 그토록 찬양해 마지않는 몸매를 겨우 가질 수 있다는걸 깨닫는데 20대 전부의 시간이 걸렸다.


현대사회에서 예쁘다는 것은(美人) 권력이다.


모든 사람이 연예인을 섹시하고 예쁘고 귀엽고 멋있고 근육진 것을 찬양하고,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살이 쪘다, 누가 드라마틱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그 연예인의 프로페셔널리티나 실력은 차치하고 다들 주목한다. 이 똑같은 잣대를 일반인에게도 들이댄다. 그래서 여름에 자신있게 국내에서 비키니를 입을 수 있는 한국여성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다들 잘 알고 있잖아. 뱃살이 저렇게 있는데 어떻게 비키니를 입지? 부끄럽지도 않나? 말은 하지 않아도 모든 이의 시선이 말해주니까. 


인터넷쇼핑몰에서 옷을 주문할때도 이 법칙은 적용된다. 모델의 비쩍 마른 몸매에 착 달라붙는 옷을 보고, 내 몸매가 모델이라 착각하며 내가 입으면 그 모델과 같은 핏이 나올거라 기대하며 주문한다. 이번 만은 아니겠지. 예쁠거야. 아니면 이걸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겠어! 그렇게 속아서 샀던 옷의 가격을 다 합하면 명품백이 나올거 같다. 이제는 안다. 모델도 훌륭하지만, 인터넷쇼핑몰에 업로드되는 사진은 다 포토샵을 한번쯤은 예의상 거쳐주는거라고. 잘보면 사람의 다리가 그렇게 이상하게 길 수는 없다. 종아리와 허벅지를 터무니없이 늘려 그부분의 배경도 같이 위아래로 늘어나있다. 잡지사진은 더 정교한 작업을 거쳤겠지. 그래서 찍사, 직캠에 그렇게 열광하는 것이리라. 보정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훌륭한 인체비율!


대놓고 외모지상주의를 추구하는 사회가 20대 초반의 나에게 만든 병폐는 같은 여자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저렇게 편식을 하는데 왜 날씬하지 않지? 예쁘지 않으면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된걸까? 있는 그대로 그냥 그사람은 그사람대로 나는 나대로 살면 안되나? 개성있는 사람을 그렇게 바라면서 몸매는 다들 완벽한걸 추구하는 이 사회는 왜곡되어 있다.


남자든 여자든 다이어트와 몸 만들기에 집착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모습이 너무 가엽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했었나. 떠나봤자 다른 나라도 비슷하지 않나? 물론 정도의 차이는 다들 있겠지만 전세계적인 추세 아닌가? 


'옷이 날개다'라는 말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날개인 옷을 몸에 잘 맞춰야한다. 볼륨감이 없으면 마르기라도 해야 옷맵시가 더 살아나는 요즘 시대. 근육까지 있어 탄탄한 몸매가 있으면 더욱 예쁘겠지만 그 전 단계로 날씬하면 무엇이든 용서되는 듯한 분위기를 위해 보다 예쁘다는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고 변화된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하기 위해 오늘도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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