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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 May 28. 2018

세탁기 이야기

DIY 천국,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학교 기숙사로 이사온지 한달이 조금 넘어서 5월 중순이 되니 학기가 끝났다.

학교에서 학위를 받아 돌아가는 학생들이 많은 시즌. 유학생 커뮤니티에 세탁기를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한 블록거리에 있는 같은 동네에서 세탁기를 판다고 하여, 구경하러 갔더니 사용한지 6년정도된 LG 드럼 세탁기를 $50에 판다고 하지 않는가!

집에 기존에 있던 통돌이 세탁기는 사용한지 20년이 넘은 중고세탁기라 언제 멈춰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90년대 Kenmore모델

마침 세탁기도 잘 돌아가고, 이사 나가는 날까지 계속 빨래를 해대시는 판매자를 보며

'써왔던거니 별 문제 없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가격을 지불하고 집에 갖고와서 세탁기문을 딱 열었는데 아뿔싸!

곰팡이냄새가 코를 찔렀다. 저렴한 가격에 덥석 물어버린 내가 경솔했지.

고무패킹부분(거스킷)이 온통 검은색과 갈색 곰팡이로 뒤덮여있어, 락스로 닦고 또 닦아도 도저히 회생불가능상태였다. 한국이었다면 바로 업체를 검색, 전문가를 모셔와 분해청소를 했을텐데!

혹시 몰라서 repair shop에 전화를 해서, 세탁기는 잘 돌아가는데 분해했다가 조립만 해줄수 없냐고, 곰팡이가 너무 피어서 청소를 하고싶다고 문의했더니 그런 서비스는 해주지 않는단다.

심지어 LG, SAMSUNG은 프리미엄브랜드라 출장비가 $139부터 시작했다. 중고로 산 세탁기 가격보다 수리비가 더 비싸잖아!


흠... 분해청소 해보지 뭐!

내심 바라기는 했지만 신랑의 말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긴 하루의 시작....이 될거야..

분해 조립의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 유튜브영상.

요즘 오스틴 날씨는 38~40도를 육박한다. 땡볕에서 연신 고생했던 신랑.

세탁기 앞 부분과 튜브. 정말 무겁다.
골조만 남은 세탁기.
청소 전 물곰팡이와 때가 끼인 아웃튜브. 여기서 난 냄새겠지..

곰팡이가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빨래를 하셨던 전 주인님. 곰팡이가 빨래에 묻어나왔을텐데 전적으로 세제에 의지해서 빨았으려나... 생각해보면 예전에 썼던 20년 넘은 세탁기도 분해청소했으면 정말 더러웠겠지. 분해청소 조립과 관련된 많은 후기와 블로그를 읽으면서 그래도 이 세탁기 아~주 더럽지만은 않아. 괜찮아. 오염도 최상급은 아니다라고 셀프토닥토닥하며 닦았다.


거스킷이 너무 더러워 아마존에서 이 부분만 따로 주문했다. 부품은  $56.99

부품을 다시 구매하고 청소하기 위해 락스구매했던 비용. 영상을 보면서 공부해가며 분해하고 청소하고 다시 조립했던 우리 둘의 시간까지 합하면 $300이 넘을거 같다. 손도 많이 가고 공들여 DIY로 닦은만큼 아껴서 오래오래 써야지. ㅠㅠ 넘 고생했다 우리.


세탁기 조립 후 시운전해보니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드럼세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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