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랑비 Dec 12. 2018

뉴욕

곱창먹으러 가보셨나요

Top of the Rock에서 본 맨하탄 야경
브루클린에서 본 맨하탄 야경
브루클린 브릿지 야경

여행가기전에 세웠던 일정은 4박 5일동안 박물관을 하나씩 가자! 가자마자 MoMA를 보고, 그 다음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그 다음에는 자연사박물관, 그 다음에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가자! 저녁에 야경보고 뮤지컬 보고 하면 시간이 금방 가지 않을까? 뭐 이런 계획이었다. 볼게 너무 많으니까 선택적으로 가자. 그 맛있다는 브런치 집이나 베이글카페도 가야지. 추수감사절 기간에 가면 이미 크리스마스장식을 어느 정도 다 끝냈을테니까 나홀로집에 2에 나왔던 록펠러빌딩 앞, 큰 크리스마스트리도 사진 찍고 와야지! 일정을 짤 필요도 없네. 라고 간단하게 치부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빨리 임신이 되었고, 나는 임신초기(8주)에 뉴욕여행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 그래도 뉴욕여행을 가야했던 가장 큰 동기는 오스틴에는 없던 곱창구이와 한국음식을 그렇게 먹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에 살고 있었더라면 뉴욕까지 가서 한인타운을 이잡듯 다니면서 한국음 먹을 필요가 없다. 임신하고 난뒤 그렇게 땡기는 한국음식들. 굴국밥, 곱창구이, 순대국. 왜 이런건 오스틴에서 그렇게 귀하고 또 별로 맛이 없는건지...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황소 동상.
브루클린 브릿지
덤보

블랙프라이데이에 도착한 뉴욕의 칼바람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엄청 춥고, (영하 3도였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추운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을씨년스럽고... 뉴욕에 갔었던 친구들이 이 시즌에 가는걸 다들 말렸다. 거기 추워! 그래도 11월에 가면 12월, 1월보다는 덜 춥겠지. 우리는 핫팩도 들고 가니까! 뉴욕에 관련된 영화며 미드며 얼마나 많이 봤는가! 나홀로집에 2, 박물관이 살아있다, 가십걸, 섹스앤더시티. 이 여행이 출산 전 마지막 태교여행이 될수도 있고   당분간 어디갈 엄두가 안 날지도 몰라. 라는 기분으로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밖에서만 본 자연사 박물관. 나중에 다시 와서 아기랑 같이 돌아다녀야지.
180년 넘은 오래된 성당이자 맨하탄에서 제일 큰 뭐시기 성당이라고 했는데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다.

몸이 고되지 않게 최대한 걷지 않는 방법으로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우리는 맨하탄 업타운 위주로 봤는데 타임스퀘어에서 출발해 센트럴파크따라 돌다가 할렘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찍고 다시 타임스퀘어로 돌아가는 루트였다. 뉴욕 맨하탄은 1811년부터 계획된 도시라고 한다. 그래서 100년 넘은 성당 및 빌딩도 많고, 다양한 시대별 건축물을 볼 수 있었다. 1930~40년대 대거 이주한 흑인인구로 할렘이 악명을 떨치게 됐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 지역을 가보니 대부분의 주민이 흑인인거 같아보였다.

할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컬럼비아 대학교. 오바마 대통령 및 미국대통령을 총 4명 배출한 대학교라고 함.

구겐하임 미술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라는 건축가가 돈 많은 사업가 구겐하임의 fund로 지은 현대 미술관. 이 건축가는 건물이 유기체로 지어져야 한다는 믿음으로 미술관을 하나의 살아숨쉬는 작품으로 지었다. 주로 현대미술이 전시되어 있어 감상은 보고 느끼는 것으로.


뉴욕은 전철이나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어서 다니기 편하다고 하지만 추운 날씨에 돌아다니기는 버거웠다. 무엇보다 길거리에 노숙자와 아무데서나 흡연하는 사람들, 걷다보면 마리화나를 피워서 냄새를 풍기고 다니는 행인과 마주칠때의 불쾌감이 뱃속에 있는 아기한테 미안해하게 만들었다. 하나 더, 크리스마스 장식을 많이 하긴 했지만 록펠러타워 앞에 있는 큰 트리는 아직 다 꾸미지 않아 점등식 전이었다.

뉴욕의 판교, Roosevelt Island.

그나마 새롭게 알게 된 지역이 있다. 친구집에 초대 받아 Roosevelt Island라는 동네를 가보았다. 우리가 갔을때는 저녁때였는데 맨하탄보다 깨끗하고 치안도 좋고 이 동네는 잘 정비되어 있어 한국의 판교를 연상시켰다. 개발된지 10년 안팎정도 되어 신도시 느낌이 났다. 조용한 곳이라 한국 외교관들 및 비교적 전문직들이 많이 산다고 했다. 만약 여기를 진작에 알았다면 브루클린이나 맨하탄에 숙소를 잡기보다 여기 air bnb에서 숙소를 잡는게 훨씬 나았으리라. 도보로 연결된 다리가 없어서 노숙자도 없고 트램이나 차로만 이용이 가능하여 주민들만 사는 주거지역 동네.

MoMA 조각공원. 이 현대미술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현대미술관답게 피카소와 앙리마티스 그림도 많았다.
이 미술관에서 제일 인기 있는 반 고흐의 그림. 달리 그림도 걸려져 있었다.

대부분의 유명한 그림은 미술관 5층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 미술관에서 5층을 빼면 앙꼬없는 찐빵일거 같은 느낌?!

모네의 수련 그림. 모네는 노년이 될수록 시력이 악화되어 거의 실명단계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오른쪽 그림은 노년에 그려진 그림.
샤갈과 몬드리안. 샤갈그림은 생각보다 컸다.
잭슨 폴락의 No. 5. 흩뿌려 그리는 그림을 처음으로 시도한 화가.

Musum of Modern Arts. 유럽에 있는 유명 미술관과는 달리 마음껏 사진을 찍어도 경비들이 제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1800년대말부터 1900년, 2000년대에 그려진 각종 그림과 작품을 감상한다. 미술책에서 나온 그림들이 정말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내가 뉴욕여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 곱창 붐이 일지만 않았더라면 안 먹고 싶었을수도 있다. 이 곱창구이는 왕십리곱창의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와 뉴욕에서 오픈한 곱창구이 전문점이다. 뉴욕 도착하자마자 그 추운 날씨에 곱창을 먹어보겠다며 브루클린 숙소 근처에 있는 피자 맛집을 마다하고 코리아타운으로 왔는데 줄서기를 30분이상 한 후 들려온 대답은 세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단다... 어쩔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뉴욕맛집이라 온갖 나라 사람들이 대기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한국사람들이랑 중국사람들한테 인기가 좀 있어보이는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프라이데이라 그런지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월요일을 노려보자! 오픈시간(오후 5시)에 맞춰 다시 방문한 곱창이야기는 다행이도 자리가 있었다. 먹다보니 금새 자리가 꽉 찼지만 아무렴 어떠랴. 나는 먹고 있는걸. 뉴욕에서에서 왕십리곱창을 느낄수 있는 감동적인 곱창 맛이었다.


뉴욕여행 중에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곱창과 MoMA. 미술책에서 나왔던 그림을 실제로 본다는 뭉클함과 오래도록 먹고 싶었던 음식 한풀이를 하러 뉴욕에 간거였다.


또 거의 매일 15000보 이상을(2시간 이상) 걸었는데 갔다오니 그게 운동이 되었구나. 그렇다고 해서 계획했던 모든 장소를 가지는 못했다. 빨리 피로해졌고 추위에 더 다니기 힘들었던 악조건이었다. 그렇지만 임신초기에 심한 운동만 안 한다면, 산모와 태아가 다 건강하다면 그 정도는 나한테 좋은 산책이 아니었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