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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 Mar 26. 2018

미투운동과 펜스룰

#withyou

요즘 사회에서 벌어지는 미투운동에 대한 본질과 취지를 지지한다. 미투운동에 피해자들을 지지하며 이를 계기로 사회전반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상식적인 경각심이 생겨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여자로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성폭력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기억나는 나의 피해경험은 크게 세가지다.


1. 대학교 1학년때 고등학교시절 입었던 교복을 팔고자 인터넷에 올렸다. 여러명이 연락왔는데, (게시글에 문자만으로 거래하길 원한다고 분명히 명시했었다.) 문자로 궁금한게 있어 그러니 통화가능하냐고 했다. 별 의심없이 전화를 받았다.


"교복은 본인이 입었던거 맞죠? 같이 입던 팬티도 덤으로 줄 수 있어요?"


일본에 여고생이 입던 교복과 팬티를 전문적으로 파는 시장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평화로운 나라에도 있었나? 소름이 머리끝까지 났다. 내가 팔고자 하는 품목 선정이 잘못된거 같아 언감생심 팔 생각 못하고 교복이 작아진 후배에게 고이 물려줬다.


2. 대학교 2학년때 과외를 하려는 남학생이 교재를 사는데 선생님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해서 같이 교재를 산 적이 있었다. 교재 구입 후 , 3일 후에 공부를 하기로 했었다. 집에 가더니 나한테 이런 문자가 왔다.


- 선생님, 성교육도 시켜주실 수 있어요?

- 무슨 성교육?

- 우리 좀 야하게 놀죠. 공부 말고도 다른거 할 수도 있잖아요. 삽입은 안 할게요.


육두문자가 바로 나오며 당장 차단했다. 똥을 뒤집어 쓴거 같은 더러운 느낌. 그리고 내가 그렇게 우스워보였나 (청바지에 긴팔입고 화장도 거의 안한게 문제였을까) 처신을 잘못한게 없는데 왜 이런 문자를 받아야 하는건지 억울했다.


3.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이었다. 팀에 새로 뽑힌 경력직 두 명의(한 명은 과장급, 한 명은 대리급) 환영식이었다. 남초가 심한 회사라 여자는 나 한 명에 남자 7명이었다. 뽑힌 두명 다 키가 183cm정도로 큰 편이었다. 대리라는 사람은 몸무게가 110kg정도 나간다며 그날 환영식을 끝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하겠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술자리가 파하고 집에 돌아가는 분위기에 새로 뽑힌 대리가 얼큰하게 술에 취해 대뜸 내 손목을 잡았다.


- 귀엽다. 너, 나랑 좋은데로 갈까?내가 잘해줄게.


나는 너무 당황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뿌리치면서

- 집에 빨리 가야겠네요. 술 취하신거 같은데 내일뵈요.


그리고 몇걸음을 떨어져서 택시를 잡기위해 그 자리를 피했다. 안경을 쓴 이 110kg에 육중한 남자가 다시 내 다른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았다.


- 왜 빼고 그래. 좋으면서!


이 장면을 목격한 다른 대리님(당시 내 사수였다)이 그 사람을 막으면서

- 술이 너무 과하네요. 내일 어쩌려고 그래? 애먼 사람 잡지말고 빨리 집에 들어가쇼. 너 빨리 택시타고 집에 가라.


저 사람 손에 잡혀서 내가 잡은 택시에 그 사람이 올라탔다면 나는 그 이후에 어떻게 됐을까?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 다음날 그 파렴치한한테 환영식 끝나고 무슨일 있었는지 기억나냐고 사수가 물었더니 필름이 끊겨서 하나도 기억 안 난다고 하더라.


성폭력은 강자가 약자한테 행하는 범죄라고 생각한다. 그게 반드시 남자가 여자한테 행하는게 아니고, 여자가 남자한테, 남자가 남자한테도 가능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성폭력에 의한 피해경험은 우발적으로 생길수 있고, 그 상황을 당했을시 무섭거나 충격으로 인해 즉각적으로 대응을 못할 수도 있다. 반항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응당 당해도 괜찮았다는 평가내리는 일은 잘못됐다.

회사에서 공공장소에서 여자한테 피해를 주는 가해자로 오인되기 싫다며 펜스룰을 실천하자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여자랑 대화할때 성희롱적인 언사와 추행을 하지 않으면 소통이 안된다고 생각하는지? 당신들의 교양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건지? 한 사람대 사람으로는 전혀 얘기가 불가능한건지? 남성들은 그 정도는 이성적으로 통제가능하며 욕정을 다스릴 수 있을정도로 이지적이라 생각한다.


기준이 애매하다면 상식적인 선에서 행동하면 되지 않으려나. 내가 그 얘기를 듣고 싶은지 들었을때 불쾌한지 대입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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