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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 Mar 23. 2018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계속 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니까

어렸을때, 아버지의 잦은 회사발령으로 전학을 자주 다녔다. 초, 중, 고등학교 다녔던 학교를 꼽자면 10군데 정도가 되니까 그만큼 이사를 많이 한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친구들과 이사간 동네에 정이 들만 하면 전학을 가고, 다시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또래와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걸고, 쾌활하게 다가가는 외향적인 성격이었던 사람으로 자란거 같다. 아마 무엇이든 될수 있다고 꿈꿨던 청춘이여서 그랬을거 같기도..



대학 졸업을 하고 혹독한 취업시장에 내던져지면서 '아프니까 청춘'인 힘든 시기를 겪었다.


여의도, 광화문광장, 서울역, 테헤란로에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데 그 높고 많은 건물들 중에서 자그마한 내 자리 하나 없을까 싶었다.


한동안 없더라.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사회에 그렇게 쓸모가 없는 인간인가, 세상에서 내쳐지는 느낌에 스스로를 걸어잠갔다.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폐인생활을 한 적이 있다. 아침에 대중교통을 타고 분주히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이에 나도 당당하게 걷고 싶었다. 간절히 원하는 취업이 원하는 때에 되지 않자 내가 살아왔던 지난 날들이 그렇게 부질없었나 나라는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돈을 벌고 있어야하는 사람인 나는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그렇다면 나의 가치는 과연 무엇인지 되새김질하면서 자존감이 현저하게 낮아졌던 시기도 있었다.


가까스로 취업을 하게 된 직장은 개성을 죽이고 상사눈치를 봐야하고 아이디어를 내봐도 신입에게는 기회가 많지 않았던 곳이었다. (대부분의 일터가 그렇지 않을까.) 나의 건강과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고 여기던 특별한 내 영혼이 돈으로 등가교환 되었던 시절이다. 그래도 힘들었던 취준생시절을 지나서 좀 단단해졌는지 버티기에 들어갔다. 사회에 나와보니 세상이 가혹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내 자신이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 깨달았다.

 
이재용같은 다이아몬드수저가 아니고서는 고위직 임원이든, 공무원이든 누구든지 교체될 수 있다는 사실, 어디든 누군가를 대체할 사람이 있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에 점점 나를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서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들,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점차 낯가림이 심해졌다. 이제는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완전히 오픈하기도 싫고 적당한 간격을 두고 만나는 사이가 좋다. 시간을 두고 오래 만날 사람을 찾게 된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내 구역을 침범해오는 사람은 꺼리게 된다.


성격이 변했다고 느끼는 제일 단적인 예는 학생때 했던 MBTI검사결과와 지금 하는 결과가 달라진거다. 모든게 변한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처럼 나도 계속 변한다. 가장 중요한건 내가 나를 잘 알아야한다. 힘들면 토닥토닥해주고, 격려해주고, 나태해지면 스스로에게 잔소리하고 채찍질할 수 있도록 자신과 얘기하고 사랑해야 한다.


내 삶을 살아내는건 나 자신이고, 우리는 모두 존재 자체로 의미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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