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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빛 Sep 03. 2019

여행의 해방감과 여유

낯선 곳에서의 길을 잃는다면..

당신은 이국땅에서 길을 잃었다. 누구와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그리고 어떻게 길을 찾을 것인가?



나는 여행이 참 좋다. 여행을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면 나는 낯선 곳에서의 설렘이 좋았고 누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좋았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간 해외여행에서 나는 여행을 즐기기보다 교과서를 정독하듯 관광책자대로 곳곳마다 스탬프 찍기식 여행을 했었다. 하지만 점차 여행을 다녀 보니 이제는 그 여행이 어디를 가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말이 안 통하는 여행 장소에서도 길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헤매고 헤매다가 지하철 정거장, 혹은 랜드마크를 만나면 그곳에서 내가 있던 곳으로 충분히 찾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다. 오히려 길을 잃었던 그곳이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라면 그곳을 더 의미 깊게 볼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그땐 고생했더라도 안 좋았던 경험도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그것을 믿기에 나는 길을 찾기보다, 휴대폰을 뒤지기보다 그곳에서의 아름다움을 그 사람들의 삶을 더욱 들여다 보고 그 순간을 즐길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여행을 가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여행지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그 계획 대로 움직이는 것을, 그런 여행을 즐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계획을 계획적으로 세우지 않고 여유롭게 움직였을 때 우연히 발견하는 맛집 하나, 우연히 발견하는 이름 모를 장소 하나가 더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 계획 세우지 않는 혹은 길을 잃은 여행을 할지라도 그 자체를 즐겨보기를 꼭 추천한다.



이 글은 공대생의 심야 서재 108일 글쓰기에 참여하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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