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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빛 Sep 06. 2019

사람은 쉽게 편하지 않는다

비행기 카탈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것

 글감 : 비행기에 비치된 쇼핑 카탈로그에서 무엇을 사고 싶은가? 왜 그걸 사고 싶은가?


 내가 처음 비행기를 탄 것은 21살 때 일본 여행을 가면 서였다. 그때 당시에는 비행시간도 짧고 비행기를 타 본 경험이 없어서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라 짧은 비행시간을 더 짧게 만들었다. 그래서 쇼핑 카탈로그를 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비행기를 탈 기회가 많아지면서 요새는 비행기에서 쇼핑 카탈로그를 읽어본다. 하지만 그 물건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2015년 1월 난생처음으로 유럽여행을 하면서 겪은 때문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10시간의 비행을 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뜨고 나서 나는 내 자리에 화면이 나오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참 뒤 승무원에게 불편을 이야기했고 승무원은 10시간이나 화면을 볼 수 없는 것을 사과하며 나에게 50달러만큼의 물건을 쇼핑 카탈로그에서 고르라고 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쇼핑 카탈로그를 펼치고 천천히 물건을 골랐다. 정해진 시간 동안 쇼핑을 하라고 해서 괜히 마음만 분주했다. 쇼핑 카탈로그는 예쁘고 가격이 싼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사용할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전에 사용을 해보았으면 혹은 직접 보았으면 고민을 덜 했지만 난 술도 잘 못 마시고 액세서리에 욕심을 내지도 화장을 잘하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뭐가 필요한지 몰라서 더 오래 고민했다. 남들에겐 기분 좋은 기회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고뇌의 시간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미니어처 향수를 골랐다. 하지만 향수 쓰는 것도 습관이라고 지금도 내 화장대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향수를 뿌리고 화장을 하고 액세서리를 하는 아주 사소한 것도 습관이다.

 습관을 바꾸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어른들이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사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혼자서 나를 바꿀 수 없어서 사람들과 중요한 일과를 체크하기도 하고 필사를 하고 사람들과 함께 108일 글쓰기에 도전하고 서로를 응원한다. 언젠가 이 행동이 습관이 되길 바라면서...

 언젠가 내가 술을 즐기거나 액세서리를 자주 하거나 화장을 잘하면 혹은 거기 있는 물건들을 잘 소비하게 되면 카탈로그에서 물건을 고를 수도 있겠지?


이 글은 공대생의 심야 서재 108일 글쓰기에 참여하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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