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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빛 Sep 08. 2019

넓은 세상과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호주에서 보고 느낀 것

글감 : 작년 이맘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딱 작년 이맘때 나는 호주에 연수를 갈 기회를 얻었다. 항상 여행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여행에서 그 나라의 교육제도, 문화를 알기는 어렵다고 느꼈었다. 당시는 제일 마음이 힘들 때였기에 어찌 보면 무리한 도전이었는데 가족의 도움으로 8일간 호주의 교육제도를 볼 수 있었다.


 호주는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고 표면적으론 인종차별이 없지만 유리천장은 존재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문화를 인정하고 있기에 전 세계의 뉴스를 골고루 볼 수 있고 한창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호주에서도 그런 이런 이야기로 토론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호주에서 좋았던 경험을 중심으로 3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1. 미디어를 이용해 창작하는 교육

  호주는 교육과정 내에서 Art를 중시한다. 간단한 브로셔에서 가상국가 홈페이지 만들기, 크롬북을 이용하여 우리 동네의 이미지를 음악과 그림으로 표현하기, 영화 제작, 유튜브 방송 등 창작을 직접 하고 휴대폰, 크롬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가르친다. 정말 부러웠다.


 그 모습을 보면서 휴대폰으로 유튜브,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보다 실질적으로 그런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교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학교도 이번 학기부터 크롬북이 30여 개가 생겼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 학교 교육 주체들이 아이들을 교육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행평가 비중이 커지면서 불만도 많아지고 공교육 불신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 학교를 보면 오늘도 선생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늦었지만 우리 교육이 나가야 할 길은 창조, 협력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경험이었다.



2. 경청하는 사회, 비난하지 않는 문화

 호주는 교과서가 비싸다. 30만 원 내외라고 하니 교과서를 구하기도 어렵고 교사들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 덕에 수업은 교사의 재량에 맡겨진다.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정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난리 났을 일이지만 호주는 당연하다고 한다. 수능 같은 입시 제도는 있지만 반응은 조금 다른 듯했다.

 학생들의 발표라고 해서 직접 학생들을 여러 차례 만났는데 생각보다 수준 높지 않은 작품에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우리나라 학생들도 저 정도는 하는데.. 이런 생각해야 하는데 호주 교사들이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칭찬을 해주는데 아이들 표정에 자신감이 넘쳤다. 이런 문화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맞지 않는 의견에는 계속 질문을 던져주고 아이들이 해결할 수 있게 기다려준다고 한다.   

 나는 학교에서 삶을 놓은듯한 아이들을 매년 만나는데 이런 문화적인 요소가 있다는 게 참 좋아 보였다. 더 잘한다고 칭찬하고 보듬어 주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다.


3. 육아에 동참하고 자립심을 키워주는 문화

  내가 본 부분이 아주 극소수겠지만 8일 동안 만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후 6시만 되면 다들 집으로 가는 문화라고 했다.

  세금이 매우 많지만 그만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지원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베이비시터 고용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렇기에 외벌이 가정이 많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가장 멋졌던 것은 아이들이 도시락을 스스로 싼다고 했다. 중고등학교쯤 되면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자 하고 그것을 돕는다고 하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런 스스로 하고자 하는 문화가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믿고 우리도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랐다.



 참 8일 동안 많은 것을 보았다. 심화과정에서 영화를 만드는 아이들의 작품을 보고 얼마 후엔 이 호주의 영화를 곧 자주 보게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다문화 정책의 다양성도 보았고 인정하는 사회의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초중고의 교육을 전반적으로 볼 수도 있었다. 물론 이 짧은 기간에 다 볼 수 없었고 직접 사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교육적인 면에서는 너무 볼 것이 많은 곳이었다. 이런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여행이 아니라 전 세계의 교육 제도 등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내어본다. 난 아직도 갈 길이 먼 7년 차 교사니까.



이 글은 공대생의 심야 서재 108일 글쓰기에 참여하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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