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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쁨의 강물 Apr 23. 2022

#1. 오늘도 ‘나' 존재를 증명하려 애쓰는 ‘나에게'

비평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한 선수가 실수를 했다고 지적하거나 어떤 선수가 이러저러하게 하면 더 낫겠다고 훈수나 두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사람은 경기장에 서 있는 투사입니다. 그는 얼굴에 흙먼지와 땀과 피를 잔뜩 묻혀가며 용감하게 싸웁니다. 실책을 범하기도 하고 거듭 한계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모름지기 노력을 하면 실수를 하며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경기장의 투사는 자신의 노력으로 경기를 치릅니다. 그는 위대한 열정이 무엇이고 위대한 헌신이 무엇인지 압니다. 그는 가치 있는 목표를 위해 온몸을 던집니다. 잘될 경우 그는 큰 성취감을 맛봅니다. 최악의 경우라 해도 그는 용기 있는 실패를 하는 겁니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1910년 4월 23일에 했던 연설의 일부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비평가나 평론가가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는 사람이고 그런 체험적 깨달음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작은 실천을 반복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생각과 아이디어가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비록 보잘것없는 작은 아이디어라도 직접 몸으로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람만이 결국 세상을 바꾸게 된다.


[시행착오가 많아야 판단 착오가 줄어든다]


‘나’를 이렇게 저렇게 살펴보면, 웸믹처럼 너무나 많은 별표와 점표가 붙어있다. 그것은 아마 내가 태어나서 기억이라는 것이 시작될 때부터 아니면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어른들이 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단지 그들의 필요에 따라 나누어 놓은 규칙과 레벨에 맞춰지면 박수와 함께 그 보상으로 별표 하나를 받는다. 그것은 꺼내어 볼 때마다 자랑스럽고 힘이 되고 얼굴에 웃음을 짓게 만들고 어깨가 펴지게 하며 갑자기 원더우먼이 된 듯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다가 그 별표는 어느 순간에 내가 이루고 해내야 할 기준이 되어 버린다. 내가 나를 잊어버리고 그 기준에 달성하는 것 자체가 목표의 자리를 차지하면 그것은 오히려 어느새 나를 힘들게 하고 좌절하게 하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버리는 보이지 않는 튼튼한 밧줄이 된다.


어쩌다 보면 누군가 그 별표를 나보다 더 많이 받았는지 헤아리고 겨우 한두 개 별표를 받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우울감과 우쭐함을 왔다 갔다 하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때로는 겨우 손톱만큼이나 작은 별표 때문에 친구에게 몇 시간을 하소연하기도 하고 세상이 떠내려가도록 소리치면서 울기도 하고, 누군가를 죽일 듯이 미워하기도 한다. 사소한 일로 인해 감정에 상처를 받기고 하고 보잘것없는 일로 인해 세상 볼 일 없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사실상 하나의 별표를 얻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점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영화의 주인공이나 영웅의 스토리를 보면, 점표가 많아야 나중에 별이 더 빛나는 법이다. 점표는 이런 측면에서 별표로 빛나기 위한 시행착오의 깊은 고민 중에 번뜩 깨닫게 되는 지혜의 배경이 된다. 시행착오는 단순한 착오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그런 사람은 인생학교에서 배움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다. 시행착오가 던져주는 교훈은 결정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의 착오를 줄여준다는 점이다. 첫돌이 된 아이가 앉았다가 두 발로 섰다가 걸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말이다. 우리는 아이가 이제 일어서서 한 발짝씩 걷기를 하다가 두세 발짝에서 넘어졌다고 해서 바로 달려가서 점표를 붙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때 우리는 박수를 치면서 아이를 큰 소리로 응원해준다. 더 잘 걷기를 연습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단지 그때 딱 한번뿐이다.


그때가 지나면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들어서 점표를 붙인다. 어쩌다 우연히 나보다 점표가 많은 사람의 소식을 들으면 ‘감사합니다’라고 진심으로 안도하며 감사 기도를 하기도 하고, 평소에 별표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회사 동료가 운이 좋아서 크고 반짝이는 별표를 받았다면 ‘세상은 불공평하다’며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며 산더미 같은 해야 할 일을 그대로 두고 인터넷 서핑으로 하루를 그냥 날리고는 기분 참 꿀꿀하다며 칼퇴해서는 냉장고 안의 맥주만 여러 캔 비워버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그리고 밤새 화장실을 오고 가느라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일어나서 출근을 하려는데 제기랄 출근 버스를 놓치는 머피의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지하철이 파업하거나 갑자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택시가 안 잡힌다면 또 나는 지지리도 복도 없는 인간이다 하며 신세 한탄을 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된다.


[실패의 점표가 실력의 별표가 되는 법이다]


어떤 한 가지 일에 숙련되기 위한, 배우기 위한 과정에는 언제나 많은 실수와 실패가 따른다. 색다른 실력은 모두 어제와 다른 실패 끝에 탄생된다는 인생의 진리를 우리는 모르고 살아간다. 실패의 점표가 실력의 별표가 되는 법이다. 어제와 다른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에게 당연히 많은 점표가 붙게 된다. “가끔 실패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안이하게만 산다는 증거이다.”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배우, 우디 앨런(Woody Allen)의 말이다. 실패는 덮어두고 감춰야 할 인생의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반성하면서 이전과 다른 길을 모색하라는 긍정적인 신호다.


가장 먼저 점표를 붙이는 사람은 사실상 나를 가장 잘 알고, 나를 사랑하며,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점표는 사실 나에게 더 잘하고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는 증거가 아닐까. 점표를 받을수록 점점 더 잘하라는 무언의 채찍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나에게 점표를 붙인 사람들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서운해하며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잘 살펴보라. 나에게 점표를 제일 먼저 붙인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두 번째, 세 번째로 점표를 붙인 사람들일 뿐이다. 나를 세상의 실패자로 규정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와중에 어쩌다 점표를 받았음에도 멈추지 않고 연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마음먹었 던 수많은 일들이 내 몸에 각인되어 있다. 실수와 실패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고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바로 우리가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배우는 소중한 순간이다. 실패를 통해 깨달음을 얻기 시작하면서 점차 그 짙고 어두운 회색 점표가 점점 색깔이 옅어지면서 빛을 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까만 밤하늘의 배경이 빛나는 별을 더욱 돋보이게 하듯, 수많은 점표 덕분에 더욱 빛나는 별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그 점표만이 가진 고유의 빛의 색깔로. 아… 그런데 수많은 점표가 붙은 다음에 별표가 될 때까지의 그 시간을 우리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본래 기다림은 길고 기대는 짧은 법이다. 단지 수많은 점표 뒤에 맨 마지막에 붙은 타인의 별표만을 부러워할 뿐이다. 과정의 아름다움을 보지 않고 결과의 화려함만 보려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나부터 부단한 자기 갱신에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별표와 점표를 살짝 들어서 살펴보면, 재미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별표는 처음에는 엄청나게 크고 반짝거렸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은 빛이 바래서 흉하게 변했고, 또 어떤 점표는 그 당시에는 너무나 보기 싫고 흉하게 보여서 너무 부끄럽고 감추고 싶어서 남들이 보지 못하도록 큰 별표 뒤에 애써 숨기고 숨겨 놓았는데, 몇 년이 훌쩍 흐른 다음에는 큰 별표 뒤에서 은은하게 자기만의 빛을 내뿜으며 앞에 붙은 큰 별표가 더욱 빛나도록 역할을 하고 있는 밑그림 같은 점표도 있다. 자기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며 배경이 되어준 수많은 은인 덕분에 겉으로 드러나는 전경이 더욱 빛을 발하는 이치다. 마치 유화에서 물감을 덧칠하고 덧칠함에 따라 밑그림의 색상이 베어 나와서 깊고 오묘한 색상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 뒤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크고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가 숨겨진 것처럼.


이 책은 별표 하나와 같은 이력서 한 줄을 위해 몇 년을 보내기도 하고 고과 평가에 쓰인 글자 하나 때문에 1년을 좌절에 빠져서 의욕 없는 좀비와 같이 12개월, 365일, 8,760시간을 보내기도 한 어느 평범한 20년 직장 생활에서의 점표와 별표를 붙이고 떼고 지우 고를 반복했던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야기 안에서 함께 경험하며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각자의 점표를 별표로 바꾸는 연금술의 지혜를 발견하는 기쁨을 함께 누리기로 결정하고 결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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