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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행 Dec 14. 2020

내일은 같이 패딩 입을까요?

세심한 배려

오랜만에 동네에 산책하러 나가려고 코트를 꺼냈다.

영상 6도고 오랜만의 외출이라 코트를 입겠다는 나를 남편은 말렸다.

합의점을 찾아 코트 안에 패딩조끼에 목도리까지 했지만

결국 추웠다...

남편은 날 너무 잘 안다.


"웃기다~"

"왜?"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서."


남편과 소개팅하던 시기는 겨울이었다.

드라마 도깨비의 영향인지 원래 그런 건지 롱코트가 유행이었고 나도 왠지 첫 만남에는 코트를 입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시기는 유독 추웠던 시기로 영하 10도를 웃돌고 있었다.

난 얼죽코(얼어 죽어도 코트)파는 아니었기에 패딩 생각이 간절했지만 두세 번 만남까지는 코트를 입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다음 약속을 잡으며 소개팅남이자 현재의 남편이 물었다.

"내일은 같이 패딩 입을까요?"

코트에 얇은 옷에 치마에... 내가 추워 보였던 것 같다.


남편의 제안 덕분에 다음날에는 따땃하게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세심한 배려는 데이트 내내 계속됐다

첫 만남부터 음식을 잘 흘리는 나를 챙겨줬다.

같이 걸을 땐 전방을 주시하며 위험한 곳이 있으면 피하게 해주고, 지금도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챙겨준다.

변함없는 모습이 좋다.


그때와 다른 점은 마스크를 썼지만 손을 잡고 걷는다는 것,
나를 위한 걱정과 배려는 변함없다는 것










P.S. 최근 체헐리즘에 오리와 거위털 패딩에 관한 기사가 올라왔다.

이왕 산 패딩은 오래 입는 게 좋다고 했으니 갖고 있는 패딩은 오래오래 입도록 해야겠다.

다행히 내가 산 패딩 중에는 '윤리적 다운 인증(RDS)'을 받은 제품도 있었다.

다음번 구매 시에는 웰론, 신슐레이트 같은 보온용 신소재를 쓴 패딩을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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