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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신발끈 묶었어. 자, 가자!

by 김희숙 라라조이

내 가방엔 언제나 사과 하나, 과자 다이제스트 한 통이 들어 있었다. 그냥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어디론가 떠나갈 수 있게 준비한 비상식량이었다. 나는 늘 아침에 집을 나서면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올 때까지 그냥 이 동네 저 동네 낯선 거리들을 걸어 다니곤 했다.


긴 여행의 준비물도 언제나 배낭 1개다. 사실 조그만 배낭 그 안에서도 1달 안에 한 번도 쓰지 않고 되가져오게 되는 삶에 넘치는 것들이 꼭 있었다.


내 삶의 긴 여행에서 난 가방 1개에 나의 기억과 다짐과 번뇌와 다정함을 다 담아두었다. 내가 삶으로부터 진정 떠나게 되는 그 여행에서는 그 가방을 가만히 내려두고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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