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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흥미롭다

신발끈 묶었어. 자, 가자!

by 김희숙 라라조이

요즘 무얼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은 날이다.

개인적인 커리어에서나, 앞으로의 내 삶의 주제,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패턴의 삶. 그리고 나의 본연의 모습과 표출.


은퇴 후에 처음에는 한 맺힌 듯이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시작했었다. 우선 가성비가 좋은 주민센터에서 필라테스와 라인댄스, 팝송 부르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가죽공예와 금속공예를 배우고, 훌라춤도 배우고 당구교실도 다녔다. 독서모임도 하고, 글쓰기 모임과 그림 그리는 모임을 가졌다. 걷기 모임에서 산천을 걸어 돌아다녔으며, 국내로 해외로, 혼자서 또 여럿이서 긴 배낭여행이든 짧은 여행이든 그저 떠났다. 그래서 나는 늘 떠날 수 있도록 신발끈을 묶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직장을 다니던 때보다도 더 피곤했다. 노느라고. 그러다가 더 휘몰아치려던 순간에 코로나 19로 많은 것들이 갑자기 멈춰졌다. 나도 멈춰 서서 가만히 보니 ‘그동안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하고 문득 정신이 들었다. 내가 계속해야 할 것들과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보였다. 그리고 멈춰 있는 나의 시간들이 편안하게 느껴지면서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직장은 그만두었고,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려는 계획들은 잠시 접혀 있고, 소소하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산책을 하고 있다. 어쩌다가 이러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 어느 길 한복판에 서 있는지. 그래도 잠들기 전에 생각하면 만족도가 낮진 않다. 뭘까? 늘 열심히 꽉 채운 삶을 살아간다고 했던 날들보다 지금 약간은 느슨하고 느릿느릿 가는 이 시간들이 좋기도 하다. 왜냐하면 요즘의 내 삶은 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바쁘게 돌아가던 시절에는 매일매일 엄청난 일들을 해낸 것 같았지만 너무 빨리 지나가고, 또 다음날은 또다시 해야 할 일들이 밀려왔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내가 보인다. 시간을 느슨하게 쓰고, 어떤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뭐 그래도 좋다. 지금쯤 느리게 가는 내 인생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정신없이 나를 휘몰아치고 싶지는 않다. 절대로. 그리고 남을 신경 쓰느라 나를 잊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불쑥불쑥 예전의 스타일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다행히도 그때마다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다.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나간다.

오늘은 코로나 19, 2단계에서 2.5단계로 강화된 날이다. 일요일부터라고 한다. 하루 남았다. 그동안 준비를 해야 하나? 하루 동안 더 자유롭게 지내야 하나? 아니면 나도 강화되는 것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나? 뭘 준비하지?


‘행복의 평준화’. ‘불행의 평준화’. 누구도 코로나 19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노약자들은 치명적으로 위험하다고 하니 아주 평준화는 아닌가? 어리석지만 다 같이 겪는 일이라는 게 위안이 되기도 한다.


집안을 다시 적극적으로 재정비해서 새날들을 시작해야겠다. 앞으로 더더욱 집에서 많은 시간들을 보낼 것 같다. 나의 재미있는 시간들은 계속될 것이다.


미래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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