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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숙 라라조이 Mar 30. 2021

소년아, 연줄을 놓지 마

인도, 포르투갈 드로잉 여행기(2020.1.2월)

요즈음 같아선 연날리기를 하고 싶다.


나는 연날리기를 잘 해 보지 못했다. 그저 펄쩍펄쩍 뛰는 ‘고무줄놀이’나 기왓장을 부셔 모서리를 다듬은 수많은 공깃돌을 가지고 하던 ‘많은 공기’,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팔자가상’과 ‘십자가상’이란 놀이를 하고 놀았다. 우리들은 이런 놀이를 하며 수없이 신발이 벗겨지고, 서로 잡아당기느라 옷의 소매 부분이 찢어지곤 했다. 과격하고 재밌는 놀이였다. 그런 것에 비하면 ‘연날리기’는 품격마저 있어 보였다. 왜냐하면 연은 넓은 대지에서 높은 하늘 위로 힘 있는 바람을 타고 홀로 높이 날기 때문이다.


인도의 바라나시 강가 계단에서는 젊은이들이 ‘크리켓’을 하며 놀고 있었다. 계단참과 계단을 뛰어다니며 치고 받는 모습은 격렬한 스포츠처럼 보여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다. 지나가다가 계단 아래 강가로 빠지기 직전인 공을 몇 번 주워 주기도 했다. 어쩌면 그나마 긴 계단의 중간 참은 놀 수 있는 가장 넓은 공터 인지도 모르겠다.


또 아이들이 하는 놀이는 ‘연날리기’였다. 갠지스 강가에서. 사진을 찍으면 언제나 연은 저 멀리, 높이 가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들이 팬터마임을 하나?’ 하는 착각도 들었다. 연줄을 잡아당겼다 풀었다 하는 아이들의 몸동작은 리드미컬하여 춤을 추는 듯하였다.


강가를 제외하고는 언덕 위 골목 사이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놀이를 할 만한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어떤 골목을 지나가다 건물 위에 올라가 연을 날리고 있는 소년을 보았다. 다행히 주변에 연줄을 방해할 만한 집들이 없었나 보다. 주변에 전깃줄도 있고 나무도 있고 했는데.


연줄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연이 있다는 걸 안다. 사진에는 연이 높이 있어 찍히지 않았지만, 나는 그림을 그리며 그 윗 페이지에 연을 살짝 그려 넣었다. 내 눈엔 보였으니까.


가끔 연줄은 나무나 건물, 다른 연줄과 엉켜 끊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의 허망함이란 보는 이마저 안타깝게 만들었다. 나는 가느다란, 그래서 거의 보이지도 않는 연줄이 꼭 붙잡고 있어야만 하는 생명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코로나 19’로 사정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산에 올라가면 나쁜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뉴스에 나왔다. 어디 자영업자뿐이겠는가. 살면서 나도 높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하염없이 바라다본 적도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소년이 정말 열정적으로 연줄을 잡고 하늘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소년도, 연도, 바람도 생명력이 충만했다. 소년이 그 연줄을 부드럽게 꼭 쥐고 있기를 바란다.



소년아, 연줄을 놓지 마 <인도 바라나시의 연 날리는 소년>

종이에 펜, 수채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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