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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숙 라라조이 Apr 01. 2021

내 몸에 꽃처럼 피어난 헤나 타투

인도, 포르투갈 드로잉 여행기(2020.1,2월)

어린 시절부터 내 몸엔 작은 흉터들이 많았다. 미친 듯이 신나게 뛰어다니느라 넘어지고 굴러 떨어져 생긴 상처 자국들이었다. 다행히도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옅어지다가 사라졌다.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선명하게 남는 흉터들도 생겼다. 어린 시절처럼 쉬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내 기억에서 무덤덤하게 사라져 갔다. 마치 내 몸에 새겨졌다 사라진 헤나 타투처럼.


인도의 바라나시 Guleria Kothi 호텔 2층에는 작고 아늑한 공간의 예배실이 있다. 창밖으론 갠지스강이 흘렸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인 그곳에서 우리는 짜이도 마시고, 기도도 하고, 사리를 입고 사진도 찍고, 헤나 타투도 했다.


헤나 타투 디자인을 고를 때 내 앞에는 꽃과 보석, 공작의 깃털 등 다양한 문양들이 펼쳐졌다. 나는 그중 꽃이 가득 찬 레이스 같은 디자인을 골랐다. 손등 위에서 보이는 것보다 손을 올려 머리를 쓸어내릴 때나 걸을 때마다 살짝살짝 보이게 손과 팔 바깥쪽으로 길게 타투를 해달라고 했다. 정교하고 정성스러운 손길로 무늬가 하나하나 새겨질 때마다 내 몸에는 꽃이 피어났다. 어디선가 향기가 나는 듯하여 돌아보면 꽃으로 피어난 내가 보였다.


아름다웠다. 처음에 짙은 갈색이던 색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갈색으로, 황토색으로 변하다가 점점 흐려져 3주 정도 내 몸에 머물다가 햇빛에 바람에 사라졌다.


내 몸의 흉터도, 마음속의 잊지 못할 흉터도 살아온 인생이 정교하게 남겨놓은 흔적이다. 내 몸에 꽃으로 피어났던 헤나 타투처럼 지나고 보면 다 꽃으로 기억되는 자국들!



내 몸에 꽃처럼 피어난 헤나 타투 <헤나 타투하던 날, 인도, 바라나시>

종이에 펜, 수채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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