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에로틱’ 사원이라고 부른다는 말에 나의 관심은 폭발하였다. 어릴 때 아버지의 사진 잡지에서 본 사람의 몸은 너무도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그러나 꺼내기 힘들게 큰 백과사전 등 무거운 것에 눌려져 맨 아래편에 있던 책을 은밀하게 꺼내 보곤 했기에 나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카주라호 사원들은 찬델라 왕조가 세운 것으로 85개나 되었지만 현재는 파괴되어 22개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사원 밖과 안쪽 모두 섬세하고 다양한 조각상들이 새겨져 있었다. 각종 신들의 모습과 전쟁의 풍경, 그리고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 등이었다.
사원의 외부는 사랑의 장면들을 더 정교하고 다채롭게 표현한 조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눈을 엄청 크게 뜨고 또렷이 살펴보았다. 수천 가지의 조각상들이 새겨져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원은 마치 영화관에서 산 종이봉투 안에서 터져 나오려고 하는 팝콘같이 느껴졌다. 흥미로웠다. 사원들은 아름다웠으며 나에게 어마어마한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수천, 수만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사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왜 이런 것들이 사원에 새겨져 있을까?’ 하는 의문은 누군가의 해석으로 이해되었다. 오래된 역사이니 추측할 뿐이지만, 사람 몸의 아름다움은 영혼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고, 남녀의 사랑의 순간은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했다. 사람이 사랑을 하고 합일한다는 것은 신의 경지에 가깝게 간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성(性)’이 성(聖)스럽게 여겨졌다.
나는 몸과 영혼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떠나오는 아쉬움에 버스 안까지 쫓아온 기념품 상인에게 자석을 샀다. 남녀의 사랑의 순간을 표현한 것이었다. 지금은 우리 집 냉장고에 붙어 있다. 차가운 냉장고 위에서도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