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봄날의 아침
벌써…… 벚꽃이 피었다.
하천을 따라 벚꽃길이 유명한 우리 동네. 주말에는 벚꽃축제를 한다고 했는데
따뜻한 햇살에 묵묵부답하며 몽글거렸던 꽃들이 하룻밤 사이에 비를 머금고 옷섶을 풀어헤치듯 온데 피어났다.
전국민이 비소식을 기다리던 간 밤에도 불길이 번지고, 아직도 충분한 비는 내리지 않았고
위험은 줄어들지 못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몸에서 주는 신호로서는 하루 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릴 것 같았는데.
오전에 잠시 땅과 나무를 적시고는 비가 그치고 차가운 기운만 흐르고 있다.
비 온 후, 코 끝에 스치는 로즈마리 향기가 알싸하다.
건조한 바람이 쓸고 지나가 흩어져버린 매화에 이어, 벚꽃이 다시 만개하기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즐겁게 꽃구경을 기대했던 봄날의 마음 한구석이 수척해졌다.
처연하게 핀 꽃들에게 조용히 속삭여본다. 마음껏 흥겨워하지 못하겠지만, 너를 보니 좋구나.
속절없이 가는 시간 속에서 너는 꽃을 피워야 하고,
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으니까.
인생의 쓰라린 겨울을 맛보는 이들에게도 봄이 다시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한다.
부디 폐허에서도 피어날 들풀처럼 삶을 소생할 수 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