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길에 담긴 추억 회상
벚꽃이 만개해서 축제가 열리고, 산책로에 사람들로 붐비는 날이었다.
꽃샘추위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게 공기는 차가워 아이들 코가 발갛게 될 정도로 쌀쌀했다.
아이의 꽃무늬 치맛자락이 들뜬 마음처럼 바람에 살랑이고, 시린 어깨는 한껏 움츠러들었다.
“ 이 주말이 아니면, 당신과 같이 벚꽃을 볼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우리 산책 가자.”
밖에서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산책을 하며 꽃구경을 했다.
옷을 따뜻하게 갈아입고 다시 나올까 했지만,
큰 아이들이 집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않으려 할까 봐 바로 산책로로 향했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맑고 파란 하늘을 보고, 고소한 햇볕냄새가 고이도록 해 아래 걸었다.
벚꽃은 피었다 지는 시간이 짧다. 곧 꽃비가 내릴 이 길에서 낭만을 줍느라 바쁠것 같다.
1년 뒤를 기약하기에는 너무나 아쉽게 지나가는 이 시절을 나는 참 사랑한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봄날을 사랑하면서 다음 계절, 한 해를 살아낼 힘을 충전한다.
두 아이가 지금의 막내보다 어렸던 시절, 진해에서 3년 정도 살았다.
창원 진해는 봄이 되면 벚꽃으로 산과 길이 수놓아지고, 군항제기간 벚꽃을 보러 오는 관광객으로 온 동네가 들썩이는 곳이다.
내가 살던 동네는 축제의 중심지인 중원로터리 쪽이어서, 축제의 기분을 만끽하는 것은 물론,
벚꽃이 피고 꽃비를 날리며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매일 아이들 손을 잡고 동네를 걸었고, 틈이 날 때마다 여좌천과 내수면생태공원을 찾았다.
길마다 먹거리들이 다양했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구름 같은 솜사탕이었다.
그땐 토끼모양의 솜사탕도 신세계였는데, 요즘에는 시나몰롤같은 온갖 캐릭터를 다 구현하니 아이들이 시선을 떼지 못한다.
아빠의 무등을 타고 인파에 밀려 구경했던 여좌천 야경, 생태공원 한 바퀴를 돌고 나와 시원한 주스를 마셨던 단골카페..
지금까지 아이들은 그 시절의 즐거운 산책과 나들이를 기억한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나니, 봄이 되면 벚꽃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가 벚꽃이 아름다운 이 동네로 또 들어와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꽃과 자연이 주는 기쁨과 생명의 경이를 잃지 않게 아이들과 자주 산책을 하면서 산천초목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산책을 여러 번 권하지만, “엄마 아빠 두 분이서 다녀오세요, 커피도 한 잔 하고 오시고요~” 답하는 날이 많다.
하지만 벚꽃만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렵지 않게 산책길로 이끈다.
꽃을 보면서 사진도 찍고, 엄마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면 브이를 보이며 선다.
이전에는 친한 지인들과 가족공동체로 만나거나 또래 친구네 엄마들과 나들이하는 일이 많았는데..
아이들이 커갈수록 그런 기회가 줄어들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
지난 주말 중1인 딸이 창밖을 보며,
“우아~ 날씨 좋~다~ 오늘은 집에 있어야겠다.”라고 말해서, 갸우뚱하다 픽 웃게 되었었다.
우리 집 청소년들은 더 집돌이, 집순이 되어가고 있기에 오늘처럼 같이 걷는 날이 더 소중해진다.
아직은 사진도 찍혀주고, 엄마와 걸으며 수다도 떨어주고 살가운 아들 딸이 참 예쁘다.
막내는 캐릭터 솜사탕에 잔뜩 흥분을 했고, 달고나 뽑기 아저씨를 찾는다.
큰아이들은 강냉이를 사면서, 뻥튀기와 질소충전된 마트 과자들과의 가성비를 따지고 있다.
나는 우리 가족들이 다시 쌓아가는 봄날의 추억을 열심히 사진에 담는다.
날이 더 따뜻했다면 더 오래 걷고, 카페에도 갔을 텐데...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 게임의 세계로 입장하시고, 남편과 나는 동네카페로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따사로운 봄날이 무르익는 듯, 손을 타고 전해오는 커피의 온기가 마음까지 포근하게 감싸준다.
우리가 지나온 세월을 따라 길을 내었다면, 그 길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지금 벚꽃이 흐드러진 분홍빛 풍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다정한 이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지금을 사랑하고 더 아껴줘야겠다.
항상 꽃길은 아니더라도, 지금 맞잡은 손이 항상 따뜻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