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벚꽃 구경을 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피곤에 절어 누웠는데, 남편이 안마를 해주면서 말했다.
여보, 내일 오전에 바람 쐬러 갈까?
- 어디로?
진해나... 꽃 보러...?
- 진해 다녀오려면 차가 많이 밀릴 텐데..?
그러니까 아침 일찍 나가야지, 7시쯤.
- 피곤한데, 괜찮겠어?
난 괜찮지.. 우리, 요즘 이 시간에 잠깐 만나는 거 알아?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눈 반쯤 감은 채로 보고..
밤에 퇴근할 때 얼굴을 마주하고,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드는 며칠을 보내었다.
주말에 시간을 같이 보낸다 한들, 산책을 하고 동네카페에서 각자의 책을 읽는 것 정도였다.
남편이 먼저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하는 것이 매우 드물었기에,
좀 새삼스럽기도 하고 내심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서 나갔다.
아이들 잠든 시간에 둘이서 외출이라니.. 특별하게 느껴졌다.
진해 경화역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먹고, 따뜻한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서 나왔다.
진해경화역의 벚꽃은 예년과 같이 화사하게 피었다.
이른 아침시간, 조금 흐린 날씨였음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자신들만의 콘셉트를 정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혼자서 삼각대를 설치하고 셀카를 찍는 분도 있었는데 포즈며, 표정이며 촬영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계절을 마음에 담기 부족해, 네모난 창에 가득 담아두며 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것 같다.
남편과 손을 잡고 조용히 꽃을 보며 걷는 그 시간도 오래도록 기억해야지.
경화역을 한번 왕복하고 돌아 나올 때쯤, 기차선로 중앙에서 커다란 전문가용 포스가 느껴지는 사진기를 들고 계시던 분이 아직도 같은 자리에 계셨다.
여기 구도가 예쁜가? 우리도 사진 좀 찍어볼까?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갑자기 그분이 오셔서,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시며 가장 예쁘게 나오는 포토팟이라고 자리를 잡아주셨다.
그리고 핸드폰을 가져가셔서 우리 둘의 사진을 찍어주셨다.
우리가 찍었다면 절대 나오지 않을 퀄리티의 사진을 남겨주셨다.
그분의 사진에 대한 열정 어린 감각이 멋졌고,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어주셔서 감사했다.
그렇게 마흔다섯의 봄, 우리의 사진을 남겼다.
늘어난 주름과 세월의 흔적 때문에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진 찍는 것이 쑥스럽고, 탐탁지 않을 때도 많은데
그래도 우리에겐 이런 시절도 있었음을 남겨놓는 것이 의미가 있다.
세월 따라 어떤 모습으로 늙어갈지.. 우리의 겉과 속모습 모두 아름답게 익어가길 바랄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워서 여좌천과 생태공원에 들렀다.
역시나 사람도 많고, 산책길을 따라 장터도 열려있다.
길 가에서 리어카에 꽃을 싣고 파는 분이 계셨다. 한 다발에 5000원, 꽃 종류는 다양했다.
울긋불긋 화사한 장미에 먼저 시선이 가지만, 나의 선택은 향기가 좋은 프리지어와 유칼립투스.
꽃까지 사들고 걷다 보니, 길 위의 흔한 연인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내가 흡족한 미소를 띠고 걸을 때, 그가 나를 보고 웃는다.
거울로 서로를 비추는 미소, 내 마음과 같은 미소.
내가 웃으니, 자기도 좋다고 한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어서 좋은 시간.
그렇게 보내는 짧고도 긴 시간이 있어서 우리가 여러 겨울을 잘 보낼 수 있었을 거야.
아직도 남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참 좋다.
선물로 받은 이 시절을 더 웃고, 따뜻한 주름을 지어가며 곱게 늙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