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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바람

내게 맞는 휴식을 찾아요.

by 예정


바람이 불어오는 날입니다.

바람 따라 꽃비가 흩날리고

한결 훈훈해진 바람에 외투를 벗어 햇빛의 온기를 느껴 봅니다.



햇빛을 머금은 나무마다 밝은 초록빛으로 눈이 부십니다.

카페테라스에 앉아 화단에 새로 피어나는 수국을 봅니다.

어여쁜 이의 손금처럼 굴곡진 잎맥을 들여다보며, 소복하게 꽃이 만개할 날을 기대합니다.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는 일상의 행위는

마음을 안정되게 하고 틈틈이 파고드는 불안들을 잠재워 줍니다.


이렇게 따스한 날인데, 간밤은 한기가 들어 오들오들 잠에서 깨었습니다.

아직 일교차가 있는데 마음이 앞서 얇은 이불로 바꾸어서일까,

보일러 타이머 간격을 너무 벌린 탓일까, 옆에 사람이 없어서일까...

푹 자지 못해서 얼굴은 푸석하게 부어 있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휴일이니까요.

좀 더 잠을 청해 보지요.

한참 후에 눈을 떠서 시계부터 봅니다.

오전에 무얼 해야 하지? 잠시 눈감으면 분초가 달라집니다.

조금은 늘어져 보고 싶다... 맘을 먹어도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는 습관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서

쉬는 날에도 이부자리에서 편히 빈둥거리지 못하지요.

뱃골을 파고드는 허기..

어제 일하면서 저녁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빈 속에서 소리가 납니다.

허기를 채우고, 충분히 만족한 상태를 얻지 못했을 때 더 커지는 욕구들.

휴일에는 친구를 만나 같이 맛있는 밥도 먹고 싶은데.. 굳이 약속을 잡고 싶진 않아요.

몸을 일으켜 빵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정리정돈과 청소를 시작해 봅니다.

재활용쓰레기를 정리하고, 빨랫감을 골라 세탁기에 넣고, 청소기를 돌리고

내 몸도 씻어주고,. 얼굴에 기초화장을 하고 머리를 말립니다.

이제는 점심을 챙겨 먹습니다.

텔레비전을 켜고 아무 채널이나 돌려가며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집니다.

역시 몸을 움직여야 해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을 먼저 해버리고, 일상적인 활동을 하고

주변을 깨끗하게 치우면서 마음도 비우고, 정리합니다.

진짜 내가 원하는 쉼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휴일에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차오르는 불안을 길어내어 버리고,

조용히 몸과 마음이 쉬는 날입니다.

그리고 카페에 나가서 눈부신 풍경 앞에서 글을 쓰며,

조금은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좀 밋밋하긴 해도 저는 이렇게 쉬는 것 같습니다.

곧 귀가할 막내의 숙제를 챙기고, 이비인후과에도 다녀와야 하고...

가정을 돌보는 일들이 업무의 연장처럼 다가오겠지만..

이 순간은 참 감사하고, 흡족한 날입니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날입니다.

바람 따라 꽃비가 흩날리고

한결 훈훈해진 바람에 외투를 벗어 햇빛의 온기를 느껴 봅니다.


여러분의 휴일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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