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치의 힘을 얻다
아이들 등교 후 나도 일찍 나와서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 초록이 무성한 나무 한 번 바라보고. 커피 한 모금을 넘긴다.
알록달록 작은 꽃들이 줄 지어 있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영산홍과 낮달맞이꽃은 조금 시들해지고, 샤스타데이지가 한창 피고 있고, 수국은 꽃 피울 준비를 하는듯 가지와 잎에 윤기가 돈다.
변덕스러운 요즘 날씨, 반가운 햇볕 아래에서 뜨뜻하게 구워지며 고소한 햇빛냄새가 베이기를 기다린다.
문득 꽃들이 다 한쪽을 바라보며, 머리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해가 비치는 쪽, 모두 얼굴을 들고, 가녀린 가지가 빳빳하게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 뒷모습을 보다가, 나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았다.
나도 하나의 꽃이 된 기분이랄까.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책의 마지막장을 읽으면서,
어렴풋하게 알고 있으면서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지,
내 생각과 신념이 오만하지 않고, 고정관념과 편견과 사회적 함의에 휘둘리지 않도록
늘 성찰하고 옳은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앞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더 어여쁘다.
피고 지는 것이 다 일 것 같은 한 포기 풀꽃도
그저 살아감으로 자기의 생을 아름다움으로 채운다.
모두 각각의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대단한 성공과 꿈을 이루는 것 보다
성실하게 마땅히 바라봐야 할 곳에 시선을 거두지 않는 용기와 선택이 나에게 필요하다.
그런 하루를 다짐하며, 출근길에 나섰다.
매일 하루치의 힘을 얻는다.
내일은 또 내일치의 힘을 구하며 성실한 나로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