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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장3

무미건조일기

by 예정

오늘은 정한 일정이 없었습니다.

정형외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물리치료를 받고 오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무더운 날씨에 모든 게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예약한 도서를 대출해 올 생각으로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책만 빌리고 반납할 책을 잊고 도로 들고 와버렸습니다.

아침에 입을 원피스의 주름만 피려고 다리미를 들었다가 몇 장의 옷을 다리고 나서야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알았습니다.

익숙한 대로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앉아서 1시간 동안 멍하게 아이들 방학식단을 짜면서 잊어버렸던 할 일들을 찾아내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아침에 아이들 점심을 만들어 놓고 출근해야합니다.

손의 피부염은 나았다 재발하기를 반복. 가려움과 열감이 심해져 피부과를 가야겠다 맘먹고 나섰는데, 기다림 뒤에 도착한 버스는 다음 차를 타라고 하며 쌩 가버렸습니다.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도착할 즈음 병원은 이미 오전진료를 마감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다되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방학식을 끝내고 친구랑 밥 먹는다던 딸에게 전화를 했는데 집에 혼자 있다며, 교과서 들고 오느라 힘들었다며 웁니다. 집에서 혼자 있겠다고, 밥도 안 먹겠다고 합니다.

전화를 하지도 않고 그저 어긋나버린 딸아이와의 시간이 속상하고 미안해집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배달어플로 아이의 점심을 주문합니다.

아이는 기분이 많이 상했는지 문자에 답도 없습니다.

약간 울컥한 마음을 삼키고 떡볶이를 꼭꼭 씹어 삼킵니다.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커피로 땀을 식히고 책을 읽으며 마음을 환기시킵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나왔습니다.

또 뜨거운 햇볕아래를 지나..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차갑고 달달한 걸 입에 물고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에서 오래된 드라마를 재생했습니다.

야심차게 식단을 짰지만, 장을 보러 가기엔 너무 덥고.. 지쳐버린 것 같고.

일주일의 하루, 휴일이 너무 아쉽게.

매일의 삶이 그리 즐겁지도 않고, 적당히 힘들게 흘러갑니다.

적당히 골골거리며, 통증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게 뭐. 오늘 하루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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