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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르파트재 Sep 29. 2021

접수 마감되었습니다.

고3 아들을위한병원 진료기


                                                  




고3 아들이 아프다고 말한다.

고심 끝에 아이에게 적합한 병원을 생각해냈다.

오전 9시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접수 마감되었습니다"라는 황당한 간호사의 음성이 들렸다.

E정형외과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한 정형외과이다. 아니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이니

이름이 난 곳이다. 이 병원은 수술보다는 최대한 운동요법을 추천하기로 유명하다. 나도 몇 번 E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의사 선생님도 차근차근 친절하게 잘 설명해준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평안을 준다.

한 가지 단점은 진료를 받으려는 자는 많고, 의사는 한 명이다 보니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오전 7시부터 사전예약을 하고 , 다시 예약시간에 방문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동안 병원을 안 가다 보니 사전예약을 해야 했다. 그것도 일주일 중에 달랑 하루 쉬는 날 아침잠을 반납해야 한다는 사실이  E정형외과가 아닌 다른 괜찮은 병원은 혹시 없을까? 살짝 고민을 하게 만든다.  

알람은 왜 이리도 잘 울리는 걸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울려대니 알람 소리가 야속할 정도이다.

새벽에 잠을 잔 나는 비몽사몽 세수를 하고 차에 시동을 켰다.

다행히도 그 어렵다는 병원 주변에 주차공간이 하나 있어서 차를 세우고 쏜살같이 병원 앞으로 달려갔다.

세상에는 부지런한 사람이 참 많다. 할머니 두 분은 아예 벤치에 앉아서 병원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내 앞에 3 사람이 지나가고 예약시간을 보니 10시 30분에 겨우 한 자리가 남아있어 부지런히 아들의 이름으로 예약을 했다. 이게 뭐라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아침부터 정신없이 애를 태웠을까? 아무튼 마음의 평안을 되찾고 진료시간에 맞춰서 아들과 병원에 들어섰다.

역시나 30분 넘게 기다렸다.

"OOO님 들어오세요"

아들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X-ray사진을 찍었다.

"OOO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하면 좋아질 거야~"

의사 선생님의 따뜻한 말이 아이와 나를 안심시켰다. 

아이와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병원에 진료 문의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아픈 사람도 많고 아픈 정도도 참 다양함을 새삼 느꼈다.

E정형외과는 인테리어가 화려 하지도 않고, 특별히 의료장비도 뛰어나지도 않다.

게다가 간호사가 무척 친절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늘 환자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무얼까?

아마도 의사 선생님의 환자를 돌보는 진심이 오롯이 전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환자와 의사 사이도

손님과 가게의 종업원 사이도

학생과 교사 사이도

고객과 사장사에서도 

외형적인 것보다는 관계성이 서로의 미래의 연결성을 좌우한다.

대단한 그 무엇보다도 소소하게 마음을 읽어주는 "진심의 힘" 하나면 충분한 것이다.



이국종 교수가 남긴 문장이 떠오른다.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돕자.

아픈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자.

환자는 '돈 낸 만큼' 치료받아서는 안된다.

'아픈 만큼' 치료받아야 한다.


병원을 찾는 사람은 몸이 아파서 온다.

몸이 아프면 괜스레 마음도 약해지고 아파진다.

결국 몸과 마음이 얼룩진 상처로 병원이라는 문을 연다.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 

환자는 아픈 상처가 싸매 지기 전에

아픈 가슴을 위로받고 싶어 한다.

괜찮다고, 좋아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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