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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캄JoyCalm May 02. 2024

비행근육을 단련하는 연둣빛 잠자리

상승과 추락으로 비행근육을 단련하다

퀴즈 : 지구상에 존재하는 곤충 중에서 최초로 하늘을 날았던 곤충은?

정답 : 잠자리.


퀴즈 : 보통 새나 박쥐 같은 동물의 날개는 다리가 변형된 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잠자리의 날개도 다리가 변형된 걸까요?

정답 : 아니랍니다. 곤충의 날개는 몸을 감싸고 있는 일종의 피부가 늘어난 형태로, 날개 내부에는 근육이 없답니다. 대신 가슴 부위에 '비행근육'이 있어, 그 비행근육이 움직여서 날갯짓을 한다고 합니다. 곤충의 가슴에는 비행근육으로 가득 차 있고, 몸무게에서 비행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2%에서 많게는 65%나 된다고 해요.  오~~놀랍죠?!

*


오늘 아침에 내천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내천을 따라 중간중간  날파리 같은 곤충 떼가 물 위에서 무리지어 움직이고 있었어요. 아침 햇살에 물 위를 오르내리는 곤충 무리들은 마치 허공에서 춤을 추는 듯했지요. 흔히 날파리 떼는 매우 혼란스럽게 움직이는데, 이번 곤충 무리는 오르내리는 규칙성이 보여서 너무도 신기해서 멈추어서 자세히 관찰했어요.


1cm가 될까 말까 하는 연그린색을 띠는 곤충이 위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곤두박질쳐서 떨어지기를 수도 없이 반속하고 있었어요. 어림잡아도 수백 마리는 될 듯한 연두색 곤충은 너나 할 것 없이 위로 날아올랐다가  아래로 추락하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조금 몸집이 큰 녀석은 수직 위로 치 올라 방향을 틀어 수평으로의 비행을 시도하다가 또 추락!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는 녀석들은 잠자리였어요. 여린 잠자리가 유충에서 탈피해서 이제 막 하늘로 날아오르는  중인 듯했습니다. 물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깨어나서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하늘로 오르고 있었던 것이죠.  인간의 헬리콥터가 잠자리의 비행기술에서 따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으뜸 비행실력을 자랑하는 잠자리가 이처럼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수천번의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햇살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어요.

가슴의 비행근육으로 움직이는 잠자리의 날개. 참 아름답네요. (사진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잠자리는 물속에서 유충의 형태로 있을 때는 아가미로 숨을 쉬기도 하고, 배로 호흡한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물속 유충은 스스로 탈피해서,  날개를 달고 성충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유충을 막 깨고 나온 여린 연둣빛 잠자리는 수천번의 상승과 추락을 거듭하며 가슴에서 이어진 비행근육을 단련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3억 5천 년 전에 곤충 중에서 최초로 날개를 가진 잠자리도, 물에서 벗어나는 날, 무수한 추락과  다시 오름의 시도가 필요한 것이였습니다.


으뜸 비행사 잠자리도  물속에서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첫 날에 허공이라는 낯선 환경에 무방비로 내 던져지고,  단련되지 않은 가슴 근육은 완성되지 않은 비행근육의 가능태 일 겁니다. 물에서부터 허공으로 치솟기 위해 수천번 아니 수만 번의 상승과 추락의 과정에서 비행근육이 단련되고 마침내 하늘을 는 자유를 가지게 되는 것이었어요.


유충의 모습에서 성충의 모습으로, 물이라는 공간에서 창공이라는 공간으로 옮겨가기 위해 수만번의 치오름과 곤두박질로 가슴속 비행근육을 단련하듯, 이곳에서 저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나는 나의 '비행근육'을 단련하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 아침이었어요.


오늘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자유와 풍요로움을 향한 '비행근육' 한 올이 단단해지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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