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방문기

by Joyce C

유튜브를 보다가, 네이버 검색 중에, 혹은 인터넷 쇼핑 중 갑자기 뜨는 분양광고에 훅 이끌릴 때가 있다.
호기심에 근처 분양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관심이 생겨 한 번 들어와 봤어요'라는 말로 뭔지 모를 부담감을 떨치려 하지만... 일단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번쩍번쩍한 실내에 압도당하고 만다. 입구에서 기본 개인정보(이름과 핸드폰 번호등)를 적고 나면 안내해 줄 '○○○실장'의 직함을 가진 분양 상담사와 연결된다.
이들은 단순한 안내원이 아니라 마케팅의 최전선에서 소비자의 구매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파트가 얼마나 대단지인지,
교통이 얼마나 좋은지,
교육환경이 얼마나 우수한지,
주변 상업시설이나 병원, 마트와 얼마나 가까운지,
커뮤니티시설 (수영장과 골프연습실, 조식제공등) 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

역세권이니, 숲세권이니,
공원이 인접해 자연 친화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산책, 휴양, 운동 등을 즐기며 생활할 수 있는 공세권,
Running을 즐기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 런세권,
슬리퍼 차림으로 이용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 편의시설이 있는 슬세권,
의료 접근성이 좋은 병세권,
스타벅스가 도보 10분 이내에 있는 스세권,
주변에 편의점이 가까이 있어 아무 때나 편리하게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는 편세권,
하다 하다 붕세권~~~ 이라고 들어는 봤는지...
겨울철 대표 간식 붕어빵을 파는 곳이 근처에 있는 주거지를 말한다.
이밖에도 초품아 즉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등의 신조어를 장착해 최고의 입지임을 광고한다.
건설사가 1군 브랜드 아파트네, 이곳의 대장 아파트가 될 거네, 입주 시점에 몇천 혹은 몇억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쏟아지는 정보에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1. 희소성을 강조한다.
'작은 평수는 이미 마감이 됐고요, 커뮤니티 센터와 이어지는 썬큰 쪽 ○○동과 ○○동은 아주 적은 수량만 남았어요'
2. 사회적 증거 효과를 내세운다.
일명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하는데, 이는 대다수의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면 나도 모르게 그 대열에 올라타게 되는 심리 현상이다.
'국민평형(84A Type)은 너무나도 좋아들 하셔서요,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요... 벌써 90% 이상 계약이 완료되었어요.'
'이렇게, 좋은 건 다들 알아보신다니까요'
'근처에 곧 대학병원이 들어서는데... 거기서 근무하게 될 의사 및 의료진들이 벌써 여러 세대를 계약하셨어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선택한 것이니 나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3. 손실 회피를 자극한다.
'지금 빨리 계약하셔야지 안 그럼 딱 하나 남은 로열동, 로열층은 다른 분께 돌아갑니다'
'무상 옵션 제공이 곧 종료될 예정이니 서두르세요'
'오늘 계약하시면 경품권 추천에 사은품도 제공합니다'
듣다 보면 마음이 급해지고 무엇에 홀린 듯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때 이성의 끈을 잡아줄 나만의 방법이 있다.
1. 결정을 미룬다.
며칠만 더 시간을 갖고 고민해 본다. 신발 하나를 살 때도 디자인부터 색상, 사이즈, 착용감, 무게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다. 하물며 앞으로 '내가 살 집'은 말해 무엇하랴.
2. 공짜를 탐내지 않는다.
소탐대실이라 했던가.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기 쉽다. 분양상담사가 제시한 경품과 사은품에 현혹되지 않는다.

'Greedy blind good judgment.' ( 탐욕이 판단을 흐린다.)기 때문이다.
3. 행운을 바라지 않는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행운은 선택이 아니라 결과에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행운에 속아 행복을 잃지 않길...
'Luck blinds, joy fades.'
이렇게 나는 욕망의 모델하우스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안도감에 숨이 쉬어졌다.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된 순간, 진짜 자유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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