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를 부른 말들
며칠 전 갑자기 아들과 통화를 하고 싶어졌다.
평소에 나는 먼저 전화를 잘하지 않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믿는 편이다. 소소한 알림 들은 카톡을 이용한다. 주로 한 달에 한 번쯤 아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들은 최근 목 부근에 생긴 건선 때문에 힘들어했다. 나 또한 건선으로 인해 40년 이상 고생을 많이 해서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먹는 약의 효과는 강력하지만 효과는 길지 않았다. 바르는 약은 스테로이드 등급에 따라 1등급은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당연히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다. 현재 건선의 상태에 호전이 있는지 궁금했다.
1.
전화를 하기 전 망설였다. 주말 저녁이니 이 시간에 누군가를 만나고 있으려나... 헬스장이나 주짓수 도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어쩌지... 중요한 일도 아닌 것으로 중간에 맥을 끊거나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에잇, 그냥 걸자. 아들은 전화를 금방 받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방 아니니?"
"네, 방 안이에요."
나는 집 안인지 집 밖인지를 묻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들이 '방 안'이라고 대답했을 때 '방이 아니'라는 말로 이해하고 만 것이다.
난 깜짝 놀라서,
"그럼 끊자~!"라고 말하니
"왜요...? 그냥 통화해요. 괜찮아요." 한다.
밖이지만 통화는 가능한가 보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통화시간이 1시간이 넘어갔다. 그런데 주변이 너무 조용한 것이 이상했다.
"종범아, 지금 방이 아니라면서 왜 이렇게 조용하냐?"
"방 안이니까요..."
"아하~ㅋㅋㅋ"
2.
남편이 경북 영천에 소재한 3 사관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다. 그곳에 사는 2년 동안 경북 사투리를 이해 못 해 벌어진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작아져서 못 입게 된 5살 아들 옷과 3살 딸 옷을 나눔 하고 싶었던 나는 다니던 교회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 교회에는 다문화 가정이 많았고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 성도와 자녀들도 꽤 보였다. 혹시나 헌 옷을 나눔 하는 것이 불쾌하실지 몰라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목사님, 아이들이 입던 작아진 옷을 세탁해서 모아 두었는데 혹시 필요한 곳이 있을까 해서요..."
"네... 괘안씸니더."
쿵! 하고 마음이 내려앉았다. 이런, 내가 실례를 했구나. 나는 서둘러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그 일을 거의 잊어갈 무렵 목사님이 나를 부르셨다.
"집사님, 주신다던 옷은 왜 안 주십니꺼...?"
"목사님이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내가 언제 예?"
"???"
목사님은 준다던 옷을 왜 안주나 계속 기다리셨다고 한다. 지금도 나는 '괘안씸니더'가 무슨 의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주셔도 좋습니다'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추측할 뿐이다.
3.
미국 버지니아에서 거주할 때 이웃에 살던 5살짜리 한국 꼬마가 처음 유치원에 다녀와서는...
"아빠! 선생님이 나보고 자꾸 9점이래, 내가 아무리 열심히 잘해도 난 9점이래" 하더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바로바로...
"Good job~~~!"이었다.
그 당시 아들 종범이는 초4, 딸 진이는 초2였는데, 진이는 또래의 현지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하루는 카페테리아에서 줄을 서고 있는데 한 여자 아이가 갑자기 다가와서는 'You're handsome'을 어떻게 한국말로 하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그래서 "너 멋있게 생겼다."를 반복해서 알려주었다.
그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오늘 무서운 일이 있었다고 했다. 카페테리아에서 한 여학생이 갑자기 자신에게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너 맛있게 생겼다."라고 말하고는 뛰어가 버렸다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