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대하여

by Joyce C

우리 집은 여유 있는 집이 아니었고 난 3남 1녀 중 막내딸이었다.
여섯 식구 챙기기에 힘에 부치셨는지 아님 정말 '그것'을 인생의 원칙으로 삼기로 합의하신 건지 모르겠다. '그것'은 '우리 집은 생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였다.
이것에 예외는 없어서 엄마 아빠 생신도 마찬가지로 서로의 생일날을 기억해서 축하인사를 건넨다거나 생일날 미역국을 챙겨 먹은 기억은 없다.
부모님은 '모든 날은 귀하고 소중하므로 매일을 생일처럼 살아라'라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논리로 가족 모두의 생일을 없애는 데 성공하셨다.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챙김'의 수고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 가족의 생일은 특별함이 없는 보통의 일상과 구분되지 않았고 나름 속 편하기도 했다.
문제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서로의 생일을 묻고 챙기며 더 가까워진다. 몇몇 친구들이 내 생일을 물었다. 안타깝게도 난 내 생일을 모른다. 내 주민등록번호는 720602로 시작한다. 그럼 6월 2일이네. 과연 그럴까~? 누구도 자신이 태어난 날을 자기가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부모님이 알려 주시면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확한 내 생일을 부모님께 여쭤보면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모른다.'
'생일은 중요하지 않다.'
'난 누구의 생일도, 나 자신의 생일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도, 한 여름, 7월 어느 무더운 날에 널 낳았지 싶다. 아빠한테 물어봐라.'
'주민등록상의 생일을 확인해라'
'네 아빠가 제 때, 제대로 출생 신고를 했는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이쯤 되니 누가 생일을 묻기만 해도 움찔하게 된다. 내 생일이 그냥 조용히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생일날 초대받았을 때다. 축하 카드와 생일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내 용돈은 거의 쥐꼬리만큼 적어서 선물은커녕 선물을 쌀 포장지 값도 부족했다. 초대받은 친구 생일에 멋진 선물을 사서 축하해 주고 싶었다. 친구가 '고마워'하고 말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축하받아 마땅한 누군가의 생일이 나에게는 '가난한 현실'을 상기시키는 날이 되는 아이러니라니.
지금도 상처받은 어린 나를 꼭 안아주고 위로해 준다.
'평범한 날들도 소중하고, 그 가운데 특별한 날도 소중해'
'너도 축하하고 축하받고 싶었구나, 그런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하고 싶었구나.'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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