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사건 2

by Joyce C

아들 뒷자리의 여학생은 샤프 모으는 취미도 있었지만 엄청난 독서광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책을 읽는, 성적도 상위(상위 30%)권에 속하는 학생이었다.
그날 쉬는 시간에 책을 읽다가 한쪽으로 엎드려 누워 있었는데 앞자리 책상으로 종인이가 다가가더니 종범이의 샤프를 쓱 집어 챙기더란다. 순간 자기 쪽으로 눈을 돌려 살피는 것 같아서 기지를 발휘해 얼른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고.
곧 종범이가 샤프를 잃어버렸다며 찾을 때도 아무 반응 없이 조용히 있다가 점심시간에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털어놓는다.
선생님은 목격자의 증언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제 해결을 위해 교실로 가려고 했다. 그러자 그 여학생(이름을 잊음)은 셜록 뺨치는 침착함으로
'워~~~ 워~~~~' 선생님을 제지하더란다.
'제가 종인이를 예의주시해서 종인이가 샤프를 어디다 두었는지도 다 봤어요. 하지만 종인이가 종범이에게 장난치려고 그런 걸 수 있으니 오늘은 지켜보시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만약 가벼운 장난이라면 오늘 돌려줄 것이고 아니라면 내일 돌려주도록 하시면 되죠.'
선생님은 여학생의 말에 무릎을 치며 학생이 자신보다 낫네... 하고 생각하셨다고.
다음날 아침 자신이 출근하자마자 여학생이 찾아와 '종인이가 샤프를 숨겨둔 곳에는 샤프가 없고 종범이에게 샤프를 찾았냐고 물어보니 못 찾았다고 한다. 종인이가 훔쳐간 샤프를 돌려주지 않을 생각인 거 같다. 이제 선생님이 해결해 주셔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선생님은 종범이를 불러 자신이 샤프를 찾아 주겠다고 말한 뒤 바로 종인이를 불렀다. 종인이는 처음엔 사실을 부인하고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다가 목격자가 있다고... 그날 샤프를 어디에 숨겨 두었는지 그 장소까지 알고 있다고 말하자 바로 꼬리를 내리더란다. 지금 당장 교실로 돌아가서 종범이에게 샤프를 돌려 주라 하니 집에 샤프를 두고 왔다고... 그래서 선생님은 집에 가서 샤프를 가져오라는 특단의 조처까지 내린 거였다.
이렇게 모든 이야기는 끝났다.
이야기를 들으며 선생님과 나는 그 여학생의 지혜와 기지에 탄복하면서 무척 가까워졌다. 그 후로 종범이는 본인이 원하던 충남외고 영문과에 입학했다. 그 여학생은 근처 일반고로 진학했다. 나중에 종범이는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그 여학생이 고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2등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브라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