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사건 1

by Joyce C

아들 중 3 때 일이다.
아들 '종범'이가 학교에서 샤프를 잃어버렸다. 꽤 고가의 샤프였는데... 둘째 외삼촌이 해외로 출장을 갔다가 기념으로 구입해서 선물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뭐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그런 대단한 건 아니고 샤프 모으는 취미를 가진 뒷자리 여자 아이도 소장하고 있는 그런 샤프였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나는 자신의 물건을 잘 간수해야 한다며 학용품에 일일이 네임택을 만들어 붙여 주었다. 그건 결혼 전 내가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로 일하면서 굳히게 된 생각 [아이들이 자신의 물건을 소중히 생각하도록 교육하자]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물건을 잃어버리고도 찾지 않고 심지어 연필심이 부러지거나 더러워진 지우개는 그냥 바닥에 버려지는 것을 종종 목도하면서 이런 생각은 확고해졌다.
그런 나의 가르침 속에서 자란 아들은 샤프를 찾기 위해 꽤나 노력했던 모양이다.
뒷자리 여학생의 비슷한 샤프를 빌려 쉬는 시간에 '이런 샤프 본 적 있냐? 혹시 발견하면 돌려 달라'라고 광고를 하기도 하고... 본인의 책가방, 필통, 책상 속과 그 주변을 샅샅이 찾아보기도 했단다. 결국 아무 소득 없이 집에 와서는 외삼촌께 선물 받은 샤프를 잃어버렸노라고 나에게 일실직고 하더라...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일찍 학교에 갔더니 뒷자리 여학생이 묻더란다.
'종범아 어제 잃어버렸다던 샤프 찾았어?'
'아니~ㅠㅠ'
조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담임선생님이 교무실로 아들을 부르셨다고.
'종범아, 너 어제 샤프를 잃어버렸다고~?'
'네' (어떻게 아셨지?)
'선생님이 찾아 줄까?'
'......'
여기서 아들은 고민했다고 한다. 만약 찾고 싶다고 한다면 교실에 많은 학생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지 몰라서. 당시 드라마에서 본 반전체 학생들이 모두 손을 머리 위에 얹고 책상 위에 올라가 앉은 채 검사를 받는 장면... 모두 눈을 감게 하고 자수를 종용하는 장면... 등이 아이의 뇌리를 스쳤겠지.
그런데 찾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자신의 물건을 잃어버리고도 찾지 않는 경솔한 인상을 남기게 될까 봐서... 그래서 그 짧은 시간 엄청난 고민을 했다고.
아이의 대답을 기다리다 못한 선생님은 자문자답 하셨다.
'걱정 마라 선생님이 찾아 줄게.'
그러시고는 자신의 교과(역사) 수업 시간에 갑자기 '종인'이에게 집에 다녀오라고 하셨다는데... 종인이는 아들 종범이와 점심시간마다 축구를 같이하는 친구였다. 이 친구는 축구 전문학교에서 이번 학기에 일반 중학교로 전학을 왔다고 한다. 반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함께 축구를 하며 서서히 친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그런데 수업시간에 학생을 학교밖에 내 보내는 일은 학칙에도 어긋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집에 다녀온 축구 소년 종인이는 종범이에게, 종범이의 샤프를 내밀며
'여기 이거 네 거... ' 하고 말했고... 아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쿨하게 샤프를 받으며
'고마워... 축구하러 가자'라고 말했다고.
이것이 내가 아들에게 들은 사건의 전말이었다.
자세한 것은 자신도 모른다는 거다.
1달 후 학교 기말고사... 학부모 시험 감독 도우미 역할을 맡아 학교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종범이 담임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처음엔 내게 엄청 깍듯하고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시던 선생님을 한 방에 무너뜨린 질문은 이러했다.
'선생님... 종범이의 잃어버린 샤프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찾아 주신 건지 아이도 모른다고 하고 저도 궁금해서 여쭤보고 싶었어요.'
선생님은 얼굴에 화색이 돌며 나를 급히 조용한 곳으로 이끌었다.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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