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첫 선물에 대한 기억은 없다. 내가 준 첫 선물에 대한 아픈 기억이 선물을 주고받는 기쁨을 덮어 버렸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는다. 국민(초등) 학교 다닐 때.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도 모른다. 5천 원 남짓 돈을 모았고, 엄마의 생일에 선물을 하고 싶었다. 문득 엄마가 사용하던 립스틱이 다 떨어져 간다는 말이 떠올랐다.
엄마의 화장대로 달려 가 새끼손가락으로 파내서 사용한 탓에 이제 거의 얼마 남지 않은 립스틱을 찾아 챙겼다. 립스틱은 색이 중요하니까. 당시 집 가까이 있는 작은 화장품 가게를 시장 심부름 할 때 오가며 눈여겨봐 두었다. 립스틱 하나 사는 게 뭐라고... 어린 나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섰다.
화장품을 판매하던 예쁜 언니는 친절했고 가격에 맞는, 챙겨간 립스틱과 비슷한 색상의 적당한 립스틱을 찾아 포장해 주며 따듯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아주 기특하고 대견한 아이를 발견한 듯.
집에 와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엄마에게 선물을 내밀었을 때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내가 야단을 맞으리라고.
'이거 어디서 샀니~?'
'얼마 주고 산 거야~?
'이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색인데.'(?)
'어린 내에게 비싸게 속여 판 건가~?'
'지금 당장 바꾸러 가자.'
이후 교환 과정에서 나는 큰 트라우마를 받게 된다. 환불이 안 된다는 말에 결국 로션으로 교환받은 엄마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나를 나무랐다.
'앞으로 이런 데다 이렇게 돈 쓰지 말아라. 이렇게 어리석어서야 원~ 쯧'
요즘엔 어린아이의 동심을 지켜주려고 크리스마스에 '아빠 산타 동심 지키기' 미션도 하던데.
나의 동심은 이 날 파괴되었다. 산산조각 나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고~ㅎ